본문 바로가기

면식소행/냉면

[면식소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14) - 여의도 천지면옥

반응형

안녕하세요~ 면식소행 서리태입니다.

 

생일날 점심으로 냉면이 먹고싶어져서 평양냉면집을 찾아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곳,  여의도 천지면옥입니다.

 

여의도 천지면옥의 위치입니다.

 

서강대교 건너면 보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근처에 있습니다.

 

가게 입지상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천지면옥은 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여의도 정인면옥과 같은 블럭 내 반대쪽 방향에 있습니다.

 

정인면옥의 맛에 대해서는 아래의 리뷰를 참고해 주세요~!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3) - 여의도 정인면옥

냉면 도장깨기를 수행 중이라는 소식에 밴드원이 추천해준 여의도 정인면옥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아서 평린이들도 입문하기 좋은 평양냉면집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정인면옥은 여의도

insanerattles.tistory.com

 

이렇게 오피스텔 건물(여의도파라곤) 1층 한 귀퉁이에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궁중냉면' 을 표방하고 있는데,

 

사실 궁중냉면이 뭔지 잘 모르겠네요...

 

일반적으로 전해내려오는 궁중냉면이라 하면 고종이 먹었던 냉면을 광복 후 당시 궁녀의 기록에 따라 재현한 것을 뜻하는데,

 

그런 냉면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식당 내부 인테리어는 한옥을 모티브로 하되 깔끔한 느낌으로 디자인해 놓았습니다.

 

평양물냉면 10,000원

함흥비빔냉면 10,000원

 

냉면 가격은 1만원, 회무침이 올라가는 회냉면이 11,000원입니다.

 

요즘 물가를 고려하면 나름 합리적입니다.

 

천지면옥탕은 황백지단을 얹어내는 고깃국입니다. 

 

냉면집에서 흔히 파는 수육, 만두, 녹두전, 불고기, 갈비찜을 모두 취급하고,

 

파전까지 메뉴로 갖추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의도 일대 직장인의 회식 수요나 법인카드 결제수요를 생각하면

 

식사류뿐만 아니라 요리류에도 힘주지 않을 수 없겠죠?

 

주류는 비쌉니다.

 

소주가 5천원 청하가 6천원 하는 시대라니 세상이 어떻게 되려나...ㅠ

 

천지면옥의 첫번째 특징, 놋그릇(유기)을 씁니다.

 

냉면그릇은 물론 앞접시와 반찬접시도 유기입니다.

 

들었을 때 두껍고 묵직한 느낌, 젓가락이 그릇과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특색있긴 한데, 

 

사실 놋그릇이 얼룩도 잘 지고 설거지도 귀찮아서 요즘은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귀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수저도 혹시나?! 하고 기대했으나...

 

가볍습니다. 또 빛깔도 약간 달라서 유기가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뒷면을 살펴보니 스테인리스 수저였습니다.

 

두번째 특징으로, 천지면옥은 냉면을 주문하면 면수가 아닌 육수를 줍니다.

 

숟가락을 담그면 속이 비치지 않을 정도로 뿌옇고 진한 색입니다.

 

육수에서는 연한 사골국물 맛이 납니다.

 

때문에 저는 천지면옥 평양냉면도 육향으로 승부보는 느낌일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냉면의 기본 밑반찬으로는 무절임과 열무김치가 나옵니다.

 

무절임은 얇게 저민 치킨무 맛입니다. 굉장히 시큼합니다.

 

열무김치는 매콤한 맛이 살아있고 뒷맛이 개운합니다.

 

 

만두를 직접 빚으시는지는 모르겠으나,

 

비주얼은 일단 시판 고기만두 느낌입니다.

 

맛도 그냥 부추와 당면, 고기가 잘 어우러진

 

잘 만든 시판용 고기만두 급이었습니다.

 

맛있는데 특색은 없네요.

 

 

사이드로 녹두전 시킬지 만두 시킬지 3~5분은 고민했는데,

 

녹두전 시킬걸 그랬습니다.

 

여의도 천지면옥 평양물냉면 (10,000원)

 

천지면옥 평양물냉면(10,000원)입니다.

 

깔끔한 비주얼을 지녔습니다.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몰렸는데도 냉면은 5분도 안 되어 금방 나옵니다.

 

잔에 담아 내주신 온육수는 희뿌옇고 탁한 색이었는데,

 

냉면육수는 아주 맑고 투명합니다.

 

세번째 천지면옥의 특징,

 

냉면을 담은 놋그릇 옆면에는 이렇게 '천지면옥'이 새겨져 있습니다.

 

역시 놋그릇인 탓에 무게감도 상당합니다.

 

그릇을 한손으로 들고 육수 마시려면 잘 쥐고 들어야 합니다.

 

냉면육수 맛이 특이합니다.

 

온육수를 한 컵 내주시길래 정인면옥처럼 육향으로 승부보는 냉면육수를 기대했는데,

 

동치미국물에 고기육수를 섞고 거기에 뭘 또 넣었나? 싶은 오묘하고 복잡한 맛을 내는 육수입니다.

 

심지어 한약재 향도 아니고 민트? 산초? 주방세제? 같은 향이 살풋 납니다.

 

이 향은 정체가 뭔지, 육수를 계속 떠먹어봤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육수 하나만으로 평양냉면들 중에서 굉장히 차별적인 맛을 구현해 주고 있는 천지면옥입니다.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신 분들에게도 호불호가 갈릴 맛이겠지만, 

 

그보다는 평소에 이집저집 평양냉면을 즐겨 드시는 분들 입장에서 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만한 육수 맛입니다.

 

 

천지면옥 평양냉면의 면 굵기는 보통이고,

 

'나 메밀면이야' 라고 주장하듯 짙은 색에 검은 점이 박혀 있습니다.

 

메밀향도 제법 납니다.

 

 

면의 질감은 단단한 듯하면서도 툭툭 잘 끊기고 잘 씹힙니다.

 

마치 초밥 샤리 밥알같이 포슬포슬하다(?)고 해야하나?

 

끊긴 면조각이 흩어지며 단면들이 혀와 입천장을 헤집는 느낌입니다.

 

금속으로 치자면 '강도는 약하고 경도는 높다' 고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평양냉면 고명으로는 계란 반 개(받자마자 사진찍고 황급히 빼버렸네요), 소고기 3점, 배 1점 그리고 무가 상당량 들어갑니다.

 

대파나 고춧가루, 통깨 등 입자가 작은 고명은 없습니다.

 

배는 약간 갈변되어 있어서 맛을 보니,

 

그냥 단순히 갈변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숙성시킨 맛입니다.

 

단맛이 강하고 숙성된 과일의 향이 두드러집니다.

 

두세 점 더 넣어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마 그랬다간 육수 맛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을 것입니다.

 

여의도 천지면옥 회냉면 (11,000원)

천지면옥 회냉면(11,000원) 입니다.

 

일단 숙성 잘 된 양념장과 회무침을 썼다는 느낌이 비주얼에서 확 듭니다.

 

회무침이 제법 많이 올라갑니다.

 

그릇 바닥에는 자박하게 회무침에서 나온 육수와 기름장이 깔려 있습니다.

 

양념장은 달달한 맛보다는 새콤한 맛이 강조되는 느낌이고,

 

그 외에는 고명은 많지 않지만 물냉면처럼 똑같이 소고기 꾸미를 얹습니다.

 

회냉면의 면은 물냉면보다 훨씬 얇습니다.

 

쫄깃쫄깃하지만 시판 고깃집냉면사리처럼 아예 안끊어지는 질긴 면은 아닙니다.

 

양념도 잘 배어서 아주 맛있습니다.

 

 

요즘 그냥 물냉면과 같은 메밀면에 양념장만 비벼서 주는 평양냉면집이 있고,

 

심지어 비냉에 '순면' 가격상승 옵션이 달려있는 집까지 있는데,

 

비빔냉면 사리는 모름지기 이렇게 얇고 탄력이 있어서 양념장이 잘 배어들면서도 씹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무침 숙성이 잘 되어서 숨이 팍 죽어있습니다.

 

아주 훌륭합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었는데 고개가 빳빳하다?

 

그 회무침은 손님에게 내놓기 전에 항아리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합니다.

 

씹는맛도 딱딱하거나 질기고 숙성에서 오는 풍미가 부족해서, 그냥 같은 돈으로 비빔냉면 곱빼기 먹는 게 낫습니다.

 

 

빳빳한 회무침이 고명으로 올라간 회냉면은 아래 링크의 '오복함흥냉면' 리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6) - 남영동 오복함흥냉면

유튜브를 떠돌다보니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극찬과 호평을 들었다는 회냉면집이 우리집 근처에 있길래 냉큼 다녀왔습니다. 남영동 '오복함흥냉면'입니다. 방송타고 나서 이사하신 것인지 점

insanerattles.tistory.com

 

고명과의 한입 시리-즈.

 

솔직히 1, 2, 3, 4번 중에

 

4번 (회무침 + 무 + 비빔냉면)이 제일 나았습니다.

 

배는 따로 먹는 것이 낫고, 무는 치킨무 같은 맛입니다.

 

고기랑 먹는 게 물냉면은 그나마 제일 낫긴 했는데, 회무침 맛이 훨씬 인상적이네요.

 

완면.

 

육수 맛에 아리송해하면서 마시다 보니 다 비워버렸습니다.

 

완면 2.

 

 

<총평>

 

저는 회냉면이 좀더 맛있다는 기억으로 남네요.

평양물냉면도 충분히 인상적인 맛이기는 했습니다.

 

옆 가게와 비교하자면,

 

평양냉면(물냉면) 드시려면 천지면옥보다 정인면옥 가시는 게 낫고

회냉면이나 비빔냉면 드시려면 정인면옥보다 천지면옥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여의도 천지면옥에서 특별히 집중해야 할 냉면맛의 요소로는
1. (물냉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향이 특이한 평양냉면 육수
2. (물냉면) 메밀면의 포슬포슬한 식감
3. (회냉면) 오래 씹을수록 맛있는, 숙성이 잘 된 회무침

제 별점은요,

 

★★★★★☆☆☆☆☆

5/10 (물냉면 - 평양냉면 기준)

 

●●●●●●●●○○+@

8.5/10 (회냉면 - 일반 냉면 기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