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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소행/냉면

[면식소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13) - 보라매 서평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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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보실 곳은 그 어떤 사전조사도 없이,

 

점심시간에 길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맛집입니다.

 

신대방 보라매의 평양냉면집, 서평면옥입니다.

 

서평면옥은 보라매병원 바로 옆의

 

전문건설회관 지하 1층에 있습니다.

 

보라매공원과도 매우 가깝습니다.

 

전문건설회관이 어떤 곳이냐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음식점이 입점해있을 만한 곳과는 거리가 먼 비주얼이기는 합니다.

 

 

전문건설회관 뒤편에는 그래도 이렇게

 

입점해 있는 가게들 광고판이 있고,

 

 

지하 1층 아케이드로 내려가면

 

길 안내도 충실합니다.

 

 

오피스빌딩 내지는 협회 회관의 경우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적어서 식당도 영업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ex. 여의도)

 

서평면옥은 토요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불이 환하게 들어와 있었습니다.

 

안에 손님도 제법 많습니다.

 

인근 보라매공원의 영향일까요? 

 

 

여느 평양냉면집과 마찬가지로,

 

갈비탕과 어복쟁반, 만두, 불고기를 추가로 취급합니다.

 

모범음식점 마크도 눈에 띕니다.

 

 

사장님이 입구에서부터 인사하며 맞이해 주셨습니다.

 

홀 분위기는 요렇게 생겼습니다.

 

들어오는 문 위는 물론,

 

나가는 문 위에도 '서평면옥' 이라고 쓰여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

 

 

온면과 갈비탕도 궁금하기는 했지만 

 

역시 평양물냉면 (9,000원)을 시켰습니다.

 

여담인데 보통 평양냉면집에서 그냥 '냉면' 을 달라고 하면 평양냉면(물냉면)을 주고,

 

비빔냉면을 달라고 하려면 '비빔냉면' 이라고 따로 얘기해야 주는 경우가 많아서

 

이날도 종업원께 "냉면 주세요" 했더니, "뭘로 드려요?" 가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서평면옥 고객 분들은 비빔도 자주 드시는 모양입니다.

 

일행과 같이 가면 비빔냉면도 시켜봐야겠습니다.

 

 

수저는 예쁜 매화문양 포장지로 싸여 있습니다만

 

수저통에서 꺼내야 합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무김치는 평이한 맛입니다.

 

배추김치의 경우 간은 약한데 까나리 같은 젓갈의 향이 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배추김치의 물이 많은 것은 오래 시어져서 물이 나온 것이 아니라,

 

냉면과 같이 먹기 좋도록 따로 간을 묽게 만든 때문인 듯했습니다.

 

 

면수는 요청하지 않았더니 따로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서평면옥 평양물냉면 (9,000원)

 

서평면옥의 평양냉면(9,000원)입니다.

 

손님이 많았지만 5분 정도 기다리니 냉면이 나왔습니다.

 

역시 20세기부터 내려온 인스턴트푸드의 양대산맥(냉면, 설렁탕) 답습니다.

 

 

그릇 색깔만 보고 놋그릇인가 하여 젓가락으루 살짝 두들겨 보았더니,

 

놋그릇은 아닌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

 

 

양이 약간 적어보이기는 합니다.

 

대신 위로는 높게 쌓았네요.

 

 

고춧가루 같은 것은 일절 치지 않고, 

 

고명도 단촐한 것이 특징입니다.

 

 

면은 하얗다못해 투명한 편이지만, 

 

자세히 보면 메밀의 흔적인 '검은 점'이 면발 곳곳에 박혀 있습니다.

 

메밀껍질 도정을 열심히 한 면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면 굵기는 다른 평양냉면집 대비 사알~짝 얇은 편입니다.

 

 

 

고명으로는 계란, 파, 오이, 무, 소고기가 올라가며,

 

소고기는 서로 다른 부위를 각 1점씩 올립니다.

 

제가 소고기 부위를 잘 몰라서... 혹시나 각 1점이 어느 부위인지 아시는 분께서는

 

댓글로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계란, 특히 노른자는 평양냉면과 맛의 결이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고깃집 냉면같이 맛과 간이 자극적이지도 않기에 오히려 노른자 비린내가 냉면 맛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이날도 계란부터 일단 빨리 먹어서 없애버렸습니다.

 

삶은 계란은 냉면보다는 역시 짜장면 위에 있을 때 더 아름답습니다. ^^

 

 

매우 맑은 육수도 눈에 띕니다.

 

육수는 육향이 진하고, 간은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비슷한 육수를 들어보라면 여의도에서 먹었던 정인면옥 정도?

 

 

면을 한 입 먹어보니, 흰 면의 비주얼에 어울리지 않는 메밀향이 꾸준하면서도 은은하게 납니다.

 

보통 면 덩이를 육수에 풀어헤친 뒤에는 향이 잘 안 나는 경우가 많은데,

 

서평면옥의 면은 육수에 풀어진 이후에도 메밀향이 제법 납니다.

 

 

씹히는 느낌은 두 번 정도에 면이 끊어지는 느낌입니다.

 

질기지 않으면서도 찰기가 있으며 메밀향도 간직하고 있으니,

 

딱 적당한 수준으로 밀가루와 배합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메밀면과 오이 고명의 합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짭쪼름한 육수가 묻은 면의 간과 오이 향이 은근히 잘 어울립니다.

 

 

메밀면이 무와 만나 만들어내는 식감과 향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드시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무향 + 오이향 + 메밀향이 섞여서 애매모호한 맛이 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면은 고기 고명과 먹어야 최고죠

 

퍽퍽하지만 씹을 때마다 식도에서 콧구멍까지 직행하는 육향과 메밀향의 아로마가 예술입니다.

 

 

또 콜라겐질의 소고기 식감이 메밀면과 만나 오묘한 씹는 맛을 내줍니다.

 

완면. 

 

육수의 중독적인 맛과 향에 그대로 비워버렸습니다.

 

완면하고 나니 '면이 쬐끔만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1년 한국에서 평양냉면을 9,000원에 파는 곳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https://insanerattles.tistory.com/59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9) - 남대문시장 부원면옥

국내 할인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운 양주들, 가령 아드벡 10년이나 탈리스커 10년(요즘은 슬슬 마트에서 보이는듯) 같은 위스키를 구하러 남대문시장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여름에 남대문시장에

insanerattles.tistory.com

 

지난번 리뷰한 남대문 부원면옥이 8,500원이긴 합니다만,

 

이곳은 일반적인 평양냉면과는 결이 약간 다르지요.

 

돼지고기 고명을 쓴다거나, 국물 맛이 일반적인 평냉이 아니라거나...

 

 

반면 서평면옥은 보편적인 평양냉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1만원이 안 되니, "혜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도 보라매공원 갈 일 있을 때마다 자주 방문할 생각입니다.

 

 

 

혹자는 서평면옥과 같이 고춧가루를 일절 치지 않고 무와 오이를 고명으로 쓰며,

 

육수는 맑고 투명하고 동치미국물이 아닌 소고기 육수를 쓰는 이런 냉면을

 

'장충동파' 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이것이 섣부른 일반화인지 아닌지는

 

직접 '장충동파' 로 분류된 냉면집들을 돌아다니면서 검증해보고자 합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냉면집들이 '~계', '~파' 하고 분류되기보다는

 

각각의 맛과 특색 그 자체로 존중받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어떨까 합니다.

 

아예 집안 뿌리까지 똑같은 필동면옥과 을지면옥도 맛이 살짝씩 다른데요. 

 

썰이 길었고....

 

보라매 서평면옥에서 특별히 집중해야 할 냉면맛의 요소로는
1. 탱글한 흰 면에서 나오는 의외의 메밀향
2. 면과 고명들의 조화, 특히 서로 다른 소고기 고명이 주는 각각의 느낌
3. 육향 가득한 육수

 

정도가 있겠습니다.

 

제 별점은요,

 

★★★★★★★★☆☆

 

8/10

 

P.S.

 

이 집은 만두도 맛있다고 합니다.

 

혼자 가서 못 먹은 게 아쉬운데,

 

둘 이상 가면 꼭 반 접시라도 시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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