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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소행/냉면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3) - 여의도 정인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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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도장깨기를 수행 중이라는 소식에 밴드원이 추천해준 여의도 정인면옥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아서 평린이들도 입문하기 좋은 평양냉면집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정인면옥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길건너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하철로 이동할 경우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출구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됩니다.

 

다른 평양냉면집과는 약간 다르게 외관이 매우 깔끔합니다.

 

1972년부터 영업하신 모양입니다. 벌써 50년 됐네요.

여의도는 업무지구가 밀집해 있다보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열지 않는 식당이 많습니다.

 

'우리는 주말에도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주 7일 영업한다는 현수막을 걸어두신 것 같습니다.

 

미슐랭 빕구르망에 2017, 2018년 2번 선정되셨네요.

부모님의 존함에서 '정' 과 '인'을 한 글자씩 따서 정인면옥으로 지으셨다고 합니다.

 

소고기수육, 돼지편육(제육), 만두, 불고기 등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아참 수육, 편육, 제육은 참 볼때마다 헷갈리는 표현인데, 제 경험상

1. 수육 = 소고기

2. 제육 = 돼지고기 (돼지 제 니까 당연)

3. 편육 = 소고기인 평냉집도 있고 돼지고기인 평냉집도 있음

 

인 듯합니다.

 

평양냉면은 만원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의 가격입니다.

녹두전(8,000원)이 맛있다길래 사이드로 하나 시키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의 위험 때문인지 면수는 이렇게 종이컵에 주셨습니다.

 

면수에서는 전분의 잡내가 안 나고 메밀향이 고소한 것이 꼭 차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따라놓고 가만히 두어서 전분을 완전히 가라앉힌 후 윗물만 떠내면 메밀차로 팔아도 될 듯?

 

무김치.

새콤하면서도 간이 딱 알맞고, 잘 익었는지 무가 살짝 물렁물렁한 식감을 가졌습니다.

 

열무김치.

겁나 짭니다 비추... 짠맛 외에 다른 맛은 모르겠음...

 

황급히 입을 면수로 헹궈서 짠 기운이 평양냉면 음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겨자는 통에 넣어 방치하지 않고 따로 종지에 짜서 내옵니다.

물론 저는 냉면에 넣지 않습니다.

 

겨자만 따로 찍어서 맛보니 그냥 겨자 맛인데, 고깃집에 비치된 소스통 겨자보다 텁텁함이 덜한 걸 보니 신선한 겨자소스인가 봅니다.

 

인테리어가 매우 깔끔합니다.

평일 점심시간에 여의도 직장인들 포섭하려면 이정도 인테리어는 되어야 하나봅니다.

 

여의도 정인면옥 냉면 (10,000원)

이 집은 순면(12,000원)으로 먹으면 더 좋다는 얘기를 들었었지만 리뷰를 위해 기본 평냉을 시켰습니다.

사람이 없었지만 서빙까지 5분 조금 더 걸렸던 듯합니다.

 

계란, 무, 파, 소고기수육, 그리고 특이하게도 오이가 들어갑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인가 뭔가도 있던데 국물에서는 오이향이 안 나니 오싫모 회원 여러분은 너무 걱정마세요.

 

위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잘 티가 안 나지만 옆에서 찍으면 덩어리의 사이즈가 심상치 않습니다.

서빙하러 들고오는/카트로 끌고오는 과정에서 미끄러질 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계란은 탑처럼 맨 꼭대기에 놓습니다.

 

면의 색깔은 너무 검지도 희지도 않고 딱 중간 정도입니다.

면발 중간중간에 제분한 메밀껍질이 점점이 박혀 있습니다. (미처 걸러지지 못한 껍질)

 

첫입은 면이 국룰, 뭐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메밀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데 볶은 메밀향은 아닙니다.

순면으로 먹었으면 더 확실하고 섬세하게 파악했을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오이는 절여져 있고 생오이보다 씹는 맛이 뽀득뽀득하면서 아삭아삭한게 제 마음에는 쏙 들었습니다만,

오이향 싫어하는 분은 기겁하실 그런 맛입니다.

 

고명으로 올라간 소고기 수육 빛깔이 진짜 장난이 아닙니다.

보통은 수육이든 제육이든 한두 점 올려주고 마는데 정인면옥은 듬뿍 넣어주네요.

 

육수는 기름을 싹 걷어내 투명하고 맑습니다.

동치미 국물 맛은 느낄 수 없고 그냥 소고기 향으로 승부보는 육수입니다.

한입 들이키니 육향을 거쳐 짭쪼름한 소금 간이 혀를 감싸고, 삼키는 순간 끝이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맛입니다.

 

아.. 이 집 냉면 소주랑 잘 맞을 거 같은데...

 

직전에 리뷰한 홍대 평안도상원냉면처럼 육수에서 고기 맛이 강조되는데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2) - 평안도상원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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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상원냉면의 육수는 고깃국 맛 중에서도 약간 우골분말? 고기 엑기스? 같은 감칠맛이 육중해서 다시다를 넣어도 될 것 같은 맛입니다.

반면 정인면옥의 육수는 고깃국이기는 한데 소고기의 향 위주로 강조되다보니, 미원은 한꼬집 칠 수 있더라도 다시다는 절대 넣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맛입니다.

 

 

곱빼기 아닙니다

면의 양이 꽤 많습니다.

20대 성인남성 입장에서 평양냉면이라는 메뉴는 항상 한그릇은 뭔가 아쉽고, 사리를 새로 시키거나 곱빼기를 하기에는 좀 많은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정인면옥의 평양냉면은 양적인 측면에서 대호감입니다. 

 

면의 식감은 미끈미끈한 스타일입니다. 

입에 넣으면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그냥 꿀떡 넘어갑니다.

 

면치기 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습니다.

대충 씹고 꿀떡 삼키면 육향이 스윽 올라옵니다. 단 오래 안 씹으면 메밀 향은 크게 안 나요..

 

소고기 수육을 무려 4점이나 넣어 주셨습니다.

 

여의도 정인면옥 녹두전 (8,000원)

녹두전이 나왔습니다.

삼겹살 2점이 중앙에 박혀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엄청 고소해 보입니다.

 

삼겹살을 넣는다는 것은, 녹두를 지질 때 따로 정제/추출해둔 라드(돼지비계유)를 쓰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즉 돼지 지방부위를 따로 삶고 식혀서 라드를 뽑아내느니 그냥 삼겹살 기름에 녹두전을 지져서 굽는 방식을 택하고, 그러는 김에 두 점 정도는 전에 섞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라드를 뽑아내서 녹두전을 지지는 부원면옥의 녹두전(4,000원)보다 가격이 2배 비쌉니다.

대신 지름이 1.3배 정도 크니까 면적으로 치면 169%, 그리고 두께가 쫌 더 두꺼우니까 2배 비싸도 될 것 같습니다.

 

아 이집 녹두전 잘합니다

전혀 푸석푸석하지 않고 굽기도 딱 알맞게 잘 익혔으면서 고소한 맛은 오래 남습니다.

 

부원면옥도 녹두전 잘 하는데 정인면옥도 결코 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께감이 좋아서 씹는 맛은 정인면옥이 낫습니다.

 

냉면까지 먹자니 혼자서는 양이 많긴 하지만 친구라도 1명 데려가세요

강력 추천드립니다.

 

수육을 씹는데 무지하게 뻑뻑합니다.

대신 잡내가 하나도 안 나고 고기 향이 냉면 국물에서 나는 육향보다 한 10배 정도 농축되어서 느껴집니다.

 

면에 싸서 딱 먹으니까 황금밸런스입니다.

 

완면.

 

누구에게나 추천해 줄 수 있을 듯한 그런 평양냉면집이었습니다.

평린이들도 '뭐 이리 밍숭맹숭해?'라고만은 하지 않을 정도로 육향이 대단하네요.

 

녹두전을 무조건 같이 주문해서 그 꼬수함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여의도 정인면옥에서 특별히 집중해야 할 냉면맛의 요소로는
1.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육수의 고기 향

2. 후루룩 미끈하게 넘어가는 면의 식감

3. 많이 넣어주시는 소고기 수육 고명을 오래오래 씹기

정도가 있겠습니다.

제 별점은요,
 
★★★★★★★★☆☆+@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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