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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소행/냉면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9) - 남대문시장 부원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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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할인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운 양주들,

 

가령 아드벡 10년이나 탈리스커 10년(요즘은 슬슬 마트에서 보이는듯) 같은 위스키를 구하러

 

남대문시장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여름에 남대문시장에 갈 일이 있으면 가끔 들르는 곳이 바로 오늘의 냉면집,

 

60년 전통의 부원면옥입니다.

 

 

부원면옥은 대중교통으로 가실 때에는

 

4호선 회현역 5번출구에서 내리시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남대문시장 초입에 있고

 

근처에 육쌈냉면, 그리고 가메골손왕만두도 있습니다.

 

 

 

옷가게들 사이에 있어서 한눈에 찾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낡아 해진 메뉴판 겸 입간판 바로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다른 냉면집과의 차이는 닭무침을 팝니다.

 

 

 

계단 밟고 올라가면 식당이라기보다는 부엌같이 생겨서

 

'어...여기 계속 올라가도 되나' 싶은 분위기이긴 한데,

 

오른쪽으로 한번 더 돌면 식당 홀이 펼쳐지니까 그대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요즘은 마스크 때문에 잘 안 느껴지기는 하는데,

 

여기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그 정체는 후술...

 

 

각종 연예인, 정치인들의 싸인 사이로 작은 메뉴판이 보입니다.

 

특이한 점은 냉면 곱빼기와 그냥 냉면 사이의 가격 차이가

 

1,000원도 2,000원도 아닌 1,500원이라는 점?

 

참고로 곱빼기를 시키면 면이 커다랗게 두 덩어리가 말아져 나오구요,

 

부원면옥에는 숨은 메뉴인 '특' 이 있습니다.

 

특으로 시키면 고명으로 올라가는 고기가 2배가 됩니다.

 

즉 곱빼기는 면 늘리기, 특은 고기 늘리기 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면은 됐고 고기 많이 먹고싶다 하시는 분은 

 

메뉴판에 없음을 개의치 마시고 특 주문해 보세요~!

 

 

테이블마다 비범한 사이즈의 식초통과 겨자, 간장, 다데기가 있습니다.

 

식초는 나오는 구멍도 커서 콸콸 쏟아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수저통에는 젓가락뿐이어서,

 

냉면 육수를 마시고 싶으면 대접에 입을 대고 마셔야 합니다.

 

 

앉자마다 면수를 한잔 주셨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색이 밝고 투명해진 느낌?

 

메밀향보다는 전분 맛이 훨씬 강합니다.

 

뭐 메밀과는 다른 류의 구수함을 느껴볼수도 있겠지만,

 

풋내나 밀가루 냄새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냥 맹물을 드시기를 권합니다. 

 

 

밑반찬으로 주시는 무김치는 슴슴한 맛입니다.

 

무절임이라 해야 맞을지도..?

 

남대문시장 부원면옥 물냉면 (8,500원)

고명과 면을 미리 담아놓고 육수만 부어서 내주시는 것인지

 

주문한지 1분도 안 되어서 물냉면(평양냉면)이 나왔습니다.

 

가격은 8,500원으로 매우 착합니다.

 

요즘 냉면전문점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이죠.

 

직전에 의뢰했던 우래옥만 해도 물냉면 한 그릇에 14,000원입니다.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7) - 을지로 우래옥

야구와 게임, 그리고 면을 좋아하는 친구 셋이 모여서 평양냉면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안 가본 곳을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을지로의 우래옥으로 정했습니다. 우래옥은 을지로4가역 5호

insanerattles.tistory.com

 

양도 곱빼기 안 시키고 그냥 사이즈 시켰는데도 면이 제법 많습니다.

 

 

고명으로는 달걀, 무김치, 돼지고기, 그리고 오이가 들어갑니다.

 

특징이라면 요청드리지도 않았는데 냉면과 함께 가위를 주셨습니다.

 

 

 

소고기만 쓰거나, 소고기+돼지고기를 쓰는 다른 평양냉면집과는 달리

 

그냥 오로지 돼지고기만 올라가 있으며, 고기 크기도 큰데다

 

두세점 이렇게 감질나게 넣지 않고 팍팍 넣어서 주십니다.

 

또 오이를 가늘게 채썰지 않고 마치 피클마냥 큼직큼직하게 그것도 많이 썰어넣는 특징이 있습니다.

 

 

계란의 경우 반 개가 올라가는 것은 여느 냉면집과 마찬가지인데

 

칼질이 여러 번 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계란 반 개라도 한입에 쏙 넣으면 목 막히는 느낌이 있으니까, 

 

그 점을 배려해서 여러 번 썰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계란을 먹기 좋게 잘게 잘라주시는 것은 좋은데,

 

이 경우 문제가 있다면 노른자가 잘게 잘리기 때문에

 

조심해서 분리해 내더라도 육수에 노른자가 풀어져 섞여들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계란 노른자의 비릿한 냄새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아쉬운 대목입니다.

 

 

 

고명으로 돼지고기만 올리는 것과 달리,

 

육수에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모두 쓴다고 합니다.

 

다만 육수를 한 입 해보니 들척지근한 맛과 짭쪼름한 맛이 강하고,

 

오이에서 나는 향에 가리기 때문인지 크게 육향을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음... 지난번 왔을 때보다 육수가 살짝 바뀐 것 같기도?

 

단짠단짠한 육수는 오히려 오이의 향과 함께일 때 어울리는 느낌이었고,

 

때문에 오이가 싫다고 '오이 빼고 주세요' 라고 주문할 것이면

 

부원면옥 물냉면 말고 다른 냉면을 먹는 것이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은 한줄로 평하자면 쫄면입니다.

 

두께는 제법 되는데, 고깃집냉면 면의 70% 정도만큼 질깁니다.

 

식감도 미끈미끈하고, 앞니 한 번에 끊어지지 않습니다.

 

역시 가위를 주시는 이유가 있었습니다...ㅎㅎ

 

 

 

개인적으로는 역시 평양냉면은 소고기 고명이 좀 더 낫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지만,

 

부원면옥의 육수와는 돼지고기가 어울리기는 합니다.

 

돼지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으며, 대신 육향도 강하지 않습니다.

 

 

무김치 고명은 그저 거들 뿐이고,

 

오이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육수 한 입 하고 냉큼 면 + 오이 + 돼지고기

 

이렇게 해서 한입에 먹는 것이 제일 합이 좋았습니다.

 

 

냉면리뷰니까 냉면만 먹으려 했는데,

 

사실 부원면옥의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어서 시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소하고 바삭한 빈대떡입니다.

 

기름진 윤기가 자글자글한게 보이시죠?

 

빈대떡 크기는 손가락을 쫙 펼쳤을 때의 손보다 살짝 작습니다.

 

가격은 한 장에 4,000원입니다.

 

성인 남성이라면 곱빼기나 특만 안 시키시면

 

냉면 1그릇과 빈대떡 1장은 무리없이 드실 수 있으실 겁니다.

 

대신 국물까지 완면하기는 어렵겠지만...

 

 

빈대떡은 작기도 하지만 엄청 얇게 부쳐내는 게 특징입니다.

 

끄트머리 부분의 바삭함이 초월적입니다.

 

 

안쪽 부분도 진짜 무지하게 꼬소합니다.

 

대신 안쪽은 부스러지기도 잘 부스러져서, 젓가락질을 잘 하셔야 합니다 ㅎㅎ

 

오히려 냉면 먹을 때보다 이때 더 숟가락이 필요했던 기분입니다.

 

 

빈대떡 반죽과 그 뒤의 라드(돼지기름) 통

 

고소한 빈대떡의 비법은 바로 돼지기름(라드, Lard)입니다.

 

무엇이든 튀길 때 돼지 지방에서 뽑아낸 기름을 쓰면 엄청나게 고소한 맛이 납니다.

 

옛날에는 중국집에서도 돼지기름으로 춘장을 볶아서 짜장면을 만들었다죠?

 

요즘 중국집에서 그냥 식용유를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돼지기름은 20도 정도의 상온에서는 고체이기 때문에 설거지가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제대로 설거지 및 청소를 하지 않으면 식당 주방 배수관이 막혀 버리기도 합니다.

 

라드를 이용해서 요리한 후에는 뜨끈뜨끈할 때 키친타월로 최대한 닦고,

 

뜨거운 물+주방세제 조합으로 배수관에 라드가 달라붙어 굳지 않게 해줘야 합니다.

 

이 귀찮음을 이겨내고 얻어낸 빈대떡의 고소함인 것입니다.

 

 

 

빈대떡을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완면에는 실패했습니다.

 

육향이 약하고 단맛이 강해서 다 마시고 싶지도 않았고...

 

대신 빈대떡은 한 톨도 남김 없이 싹싹 비웠습니다 ^~^

 

식사를 마치고 내려가는데 이런저런 기사 스크랩이 붙어있네요.

 

확실히 평냉 1그릇에 16,000원은 선 넘은거 맞는 거 같아요.

 

2021년 물가 기준 최대 15000원까지로 합시다(누구맘대로? ㅋㅋ)

 

 

근데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평냉 16,000원에 비해서 부원면옥이 8,500원으로 싸다!"

 

이거는 좀... 모르겠습니다 동등한 조건에서의 비교는 아닌 것 같아요

 

여기는 평양냉면의 전형이라고 불리는 집들에 비해서 맛의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완전히 다릅니다.

 

면도 다르고, 육수도 다르고, 고명도 다릅니다.

 

입간판 메뉴에 대놓고 '평양냉면'이라고 써 있으니 그냥 일개 손님인 제가 그걸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하여간 굉장히 특이하고 특색있는 집임에는 확실합니다.

 

 

부원면옥 냉면은 이걸 평양냉면이라고 볼지,

 

아니면 그냥 물냉면이라고 볼지에 따라서 점수를 다르게 해야 할 것 같네요

 

기대치도 서로 다를테니까...

 

남대문시장 부원면옥에서 특별히 집중해야 할 냉면맛의 요소로는 

1. 돼지고기, 면과도 잘 어울리는 오이의 향

2. 들척지근하고 짭쪼름한 육수

3. 노른자 비린내를 싫어한다면 계란은 조심스럽게 떠내기

 

제 별점은요

 

기준 : '부원면옥은 평양냉면이다!'

★★★★☆☆☆☆☆☆
4/10

 

기준 : '부원면옥은 그냥 물냉비냉 싸게 팝니다'

★★★★★★★☆☆☆
7/10

 

 

아니 여기는 그냥 일단 닭무침을 드시든 냉면을 드시든 빈대떡은 시키고 보세요~!

 

빈대떡이 최고야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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