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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에 관하여/그냥일기

[시험후기] 2022년 제33회 공인중개사 직장인 합격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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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직장은 부동산과는 별로 관련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야지 따야지 하고 4년쯤 전부터 생각만 해오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학교 다닐 때 이름도 자주 들어봤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라는 컴필레이션 앨범도 같이 냈던 분이 10일컷으로 공인중개사 동차합격하셨다는 썰을 2년 전에 듣고 진짜로 준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도 나름 서울대인데 로스쿨이 10일컷이라면 나는 회사 다니면서 3개월 정도 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일단 2021년도 시험을 접수했는데요,

 

대학교 체육교양 수강신청보다 시험접수가 빡세다는 사실을 모른 채

 

접수 첫날 '퇴근할때쯤 해야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가 가까운 고사장에 빈 자리가 없어서

 

경기도민이 무려 대구광역시 달성군 왕선중학교에서 1차, 2차를 응시하게 된 앙증맞고 사소한 찐빠가 있었습니다.

 

열흘컷 내신 저분도 접수가 늦어서 3시간 거리에서 응시하셨다는데, 올리신 동영상을 뜨문뜨문 봐가지고 일찍 접수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줄은 놓쳐버렸네요.

 

시험보실 분들은 무조건 접수 첫날 아침 8시 30분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계시고요, 2022년부터는 모바일 접수도 열어줬기 때문에 8시 55분에는 웹뿐만 아니라 모바일로도 로그인해놓고 기다리시길 바랍니다.

 

 

수험 준비과정

 

결과적으로 동차합격에는 실패했습니다.

 

적어도 3개월 남았던 시점인 8월 초부터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디아블로 2 레저렉션도 때마침 21년 9월달에 나오는 바람에, 게임한다고 소중한 개인시간을 공부 대신 사용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지금 돌이켜보면, 3개월간 전업으로 공부만 할 것이 아니었다면 2차 과목들의 절대적인 분량 때문에 제가 직장을 병행해 다니면서 동차합격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공법은 어떻게 기출로 안될까!! 하며 어플을 이용해서 기출문제라도 맞든 안맞든 좀 풀어봤는데, 이해도 안 되는데 꾸역꾸역 지문 외워야 하는 고통과 또 이러다가 중개사법, 공시법, 세법은 언제 기출 외우지 라는 생각에 답답해졌습니다.

 

생각을 바꿔서 1차만 합격하고 내년에 확실히 최종합격 뚫자고 다짐하니 마음이 좀 가뿐해져서, 민법 위주로 공부하며 9월, 10월의 개인시간을 열심히 보냈습니다.

 

민법 공부는 해커스 인강을 들으면서 했는데 기본이론강의 외에는 거의 듣지를 않았습니다.

 

입문이론 들으면 좋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고, 개념완성/핵심요약/문제풀이를 듣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이론만 1.4배속 수준으로 빠르게 돌리고 바로 기출문제만 팠습니다.

 

 

응시 당일날 1차와 2차를 모두 접수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2차는 보지 말고 점심 먹으러 나갈까 했지만

 

그래도 2차 보는 기분을 미리 한번 느껴서 내년에 긴장하지 않고 시험쳐보자는 판단에 그대로 응시했습니다.

 

결과는 역시나 불합격이었고 한 글자도 못본 공시세법은 아예 과락이었습니다. 기출 몇번 봤다고 공법 과락을 면한 게 용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커스 강의연장 버튼부터 일단 누르고.. 

 

유예는 한 번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올해는 진짜 따야 된다는 위기감에, 22년 연초부터 중개사법부터 공부했습니다.

 

순서는 보편적인 순서대로 중개사법 - 공법 - 공시법 - 세법 순으로 공부했습니다.

 

이론강의는 입문/개념완성/핵심요약 다 제끼고 기본이론만 듣기로 했으며, 이마저도 공시법 세법은 기본이론까지도 필요없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개념완성 이론강의로 대신 들었습니다. (이건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기본이론으로 들었어야 했습니다. 이 판단 때문에 공법 점수보다도 공시세법 점수가 더 낮게 나오게 됩니다.)

 

 

2차 과목은, 특히 공법과 세법 일부 문제들은 2022년 33회가 2021년 32회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들 평하는 것 같은데 

 

저는 뭐 그때는 2차 공부를 거의 안 했으니 금년에 오히려 수월하게 응시하였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문제, 공부해도 맞출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아졌다는 평들이 있으나,

 

기본이론만 확실히 듣고 개념 좀 잡히면 다른 인강 듣느라 시간쓰지 말고 기출문제 15개년치 돌리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이상한 문제 나오면 그냥 틀리면 되고, 어차피 60점만 넘으면 되지 평균 80점 이상의 고득점을 노려야 하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목별 준비전략

 

[부동산학개론]

제 개인적으로는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부동산학개론 중 경제 관련 부분은 거의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부동산학개론은 대학교 1학년 경제원론 내지 경제학개론과 수준이 유사하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느낀 핵심은 '논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꾸역꾸역 암기하면 망한다' 입니다.

 

수요-공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 수요-공급 곡선의 움직임, 탄력성 개념, 발산과 수렴 등 개념을 확실히 잡고 이해하시고 계산문제 유형들의 기출문제들 열심히 돌리는게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아래 법 과목들처럼 토씨 하나, 단어 하나 바꿔치기해서 오답 유도하는 함정 지문은 내기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에, 시험 보기 전 막판에 회독을 돌리면서 정확하게 암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험기간 중 목표점수에 미리 도달한 다음부터는 시험 막판 황금같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민법]

부동산학개론 점수가 80점 이상으로 잘 나오시는 분들과, 학개론이 민법보다도 점수 안 나온다는 분이 명백히 갈리는 것 같습니다.

 

경제학을 배우셨거나 해서 전자에 해당하시는 분은 저처럼 조문 위주로 공부하고 50점만 받아도 되므로 부담이 적지만, 둘 중 민법이 전략과목이신 분들은 판례도 세세하게 봐 가면서 진짜 열심히 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물권 파트는 2차 과목의 공시법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학개론 모의고사 돌려보면 90점을 넘는다 하더라도 민법의 물권파트는 열심히 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법]

암기 과목이지만 전반적인 구조나 체계가 공법이나 공시법에 비해 단순하고, 외울 숫자들의 개수가 세법에 비해 적어서 통상 2차시험의 전략과목이 됩니다.

 

행정절차 기간들 (7일, 10일 이내, 다음 달 10일까지 등등) 및 징역/벌금과 과태료 사유 및 그 숫자들(3년 이하 징역 or 3천만원 이하 벌금 vs 1년/1천, 절대적 vs 임의적 등록취소 등)을 완벽하게 잡고 시험장에 가야 합니다.

 

2차 과목 중에 그나마 쉽기 때문에 중개사법부터 공부하시는 수험생이 많고, 저도 해당 전략에 동감합니다. 

 

다만 매일매일 각 과목 진도 빼시는 분들이 아니라 저처럼 순차적으로 과목별 공부하시는 분들은, 나머지 2차과목들 난이도를 중개사법 수준으로 얕보고 '아직 5월인데 괜찮겠지~' 하고 수험기간을 낭비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공법]

기본이론을 꼭! 반드시! 들어야 하고 개념완성이나 핵심요약으로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과목입니다.

 

암기사항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시험 전날은 물론 시험장에 가서도 마지막까지 요약집/핸드북을 손에서 놓을 수 없습니다.

 

또한 무턱대고 암기하면 시간이 며칠만 지나도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됩니다.

 

과목 구성법령이 국토법/개발법/정비법/주택법/건축법/농지법 6개나 되기에 체계를 잘 잡아야 하며, 막판에는 백지에 스스로 국/개/정/주/건/농 각각 목차를 잡아서 배운 내용을 정리해나갈 수 있을 정도여야 합니다. 백지 위에의 정리가 어렵다면 시판되는 체계도 등의 도움을 얻으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얼개가 잘 잡혀 있으면 막판에 가서 한번 더 외우는 각종 숫자들이 더 정확하게 암기됩니다.

 

기출도 많이 돌리면 좋겠지만, 출제 시 묻는 포인트가 기출 대비 조금만 달라져도 완전히 생경한 느낌을 주는 과목이기 때문에 기출만 의지하지 말고 꼭 기본이론을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중개사법보다 더 공부 많이 했는데 공법 점수가 덜 나온다니 억울하겠지만, 60점 정도 나오면 좋고 50점 받아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로 응시해야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공시세법]

공시법은 지적법과 등기법 중 여전히 지적법 쪽이 아무래도 좀더 쉬우므로 24문제 중 지적법 12문제 가운데 10문제는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마인드로 응시해야 합니다. 저는 기본이론도 안 듣고 개념완성 강의로 띄엄띄엄 공부해서, 10문제를 채 못 가져왔습니다.

 

지적법은 강의들을 때는 쉽지만, 그렇다고 복습을 충분히 안하면 어? 뭐더라 하고 까먹게 되므로 등기법만 복습하지 말고 자주자주 짧게라도 복습 챙겨줘야 합니다.

 

세법의 경우 어느 정도만 공부해도 쉽게 맞출 수 있는 문제가 있는 반면 아무리 꼼꼼하게 공부해도 맞추기 어려운 문제도 30%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세법은 개정이 잦기 때문에, 최신 교재로 공부해야 하며 가급적 인강을 듣고 최신 법령 기준으로 공부하는 게 좋습니다. 독학은 정말 비추입니다.

 

취득세/등록세/재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는 공부할 때 결이 약간 다른 느낌이 있으므로, 막판에 시간에 쫓겨서 세법 일부만 공부하셔야 하는 분들은 취/등/재/종을 공부하시거나 양도소득세 중 택일하여 벼락치기 후 응시하는 게 좋겠습니다. 재산세와 소득세를 보고 시험 들어가겠다 이런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비추입니다.

 

 

 

끝으로 느낀 점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와중에 '3개월만에 합격했다', '보름만에 턱걸이 합격했다', '어른들의 수능이라더니, 수능은커녕 다른 시험보다 너무 쉽다', '자격증 잘 먹고 갑니다 ㅋㅋ 이걸 3년 공부한다고?' 같은 약오르는 말들이 수험 준비 중에 들려올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원래부터 법률지식 또는 경제지식 베이스가 있었던 사람들이거나, 올 객관식 + 60점 커트라인이 빚어낸 낮은 확률의 운좋은 결과물이라고 봐야 합니다. 

 

남들 이야기, 남들 시선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각종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나 공인중개사 갤러리 등을 돌아다니면서 엄한 데 시간을 쓰게 됩니다. '공인중개사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다고? 차라리 제대로 공부할거면 8대 전문직을 준비할까...' 이런 식으로 목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귀닫고 꾸준히 공부하는 게 나의 멘탈에도 성적에도 미래에도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 후기를 마칩니다.

 

응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이 글을 보시게 되는 모든 분들의 공인중개사 합격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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