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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소행/국수

[면식수행] 내돈내산 국수 리뷰 (3) - 후암동 봉평메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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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건물주가 잘되는 세입자 맛집 자리를 경제적 우월지위를 이용해 빼앗았다가, 영 시원찮아진 맛 때문에 단골을 모두 잃고 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권리금에 플러스 알파 받고 가게를 상호와 레시피까지 넘겼는데 뒤이은 식당주인은 요리를 잘 못한다거나,

가게 주인은 요리를 잘 못하는데 믿고 의지하던 이름난 주방장이 처우 불만으로 떠나버려 하루아침에 희한한 맛을 보여주는 음식점도 있고,

지나친 원가절감과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다 손님 입맛의 '저질판독기'선을 넘어버려 오히려 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올려드리는
막국수집 '봉평메밀촌'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이 예전과는 크게 틀어져버린 집입니다.

사실 풀네임은 족(발)보(쌈)있는 막국수집 봉평메밀촌 입니다. (TMI)

중구와 용산구의 경계를 이루는 후암삼거리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는 오피스 빌딩이 주변에 몰려있는 탓에, 맛이 어느 정도만 나와주고 서빙만 빠르면 평일 점심에는 절반 이상 홀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입지입니다.

이곳도 2017년 2018년에는 점심에 웨이팅해야 할 때가 있을 정도로 붐볐습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점심에는 2층까지 개방하여 운영합니다.

2층은 좌식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열무김치

물막국수를 시키고 테이블의 반찬통에서 열무김치를 좀 꺼냅니다.

밑반찬은 그냥 열무김치입니다.

오랜만에 가보니 물막국수 가격이 올랐네요.
9,000원입니다.

 

후암동 봉평메밀촌 물막국수 (9,000원)

주말 애매한 두시반 세시 이런 때에 가니 손님이 저밖에 없어서인지 금방 나옵니다.

국물색이 많이 빨갛게 된 듯하네요...

 

계란 반개, 김가루, 오이 몇 점, 무 몇 조각, 열무김치, 깨가 들어갑니다.

얼음기는 아예 없고 완전 거냉입니다.

 

흡사 열무김칫국물에 물 탄 듯한 국물 색깔이 특징적입니다.

 

문제는 면에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막국수가 넘지 말아야 될 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바로 '아무리 메밀 제면이 귀찮고 원가를 아끼고 싶더라도 시판 소바 면은 쓰지 않는다'입니다.

네모네모 각져있는 모양이며 거무튀튀한 색상이 딱 분식점 내지는 저가형 일식점의 값싼 소바 면발이죠?

예전 직장 다닐때 지하1층 소노야에서 질리도록 먹었던 바로 그 면발이네요.

제면은커녕 막국수 면을 쓰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무, 오이, 열무김치.


면만 장터국수 소면으로 바꾸면 집에서 만들어먹는 열무김치국수랑 다르지 않습니다.

그게 9,000원 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면에 있다고 하니까 면만 문제인 것 같네.

국물도 별로 맛있지 않습니다.

완면할 의도는 없었는데 몇 젓갈 먹으니까 국물만 남았네요.


김칫국물 묽게 하고 설탕과 미원쪼끔 넣은듯한 이 국물은 도저히 다 마실 수 없었습니다.

 

인세인래틀즈의 1년전 봉평메밀촌 리뷰

사실 이곳은 예전에 한차례 맛이 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1년 전입니다.

그런데 한번 더 변했군요 (한번이 아닐수도 있겠다..)

위 사진상의 면은 삶기 정도가 문제였고 육수의 간이 안 맞는 점, 육수의 온도가 문제였었습니다.

면은 메밀향이 거의 안나긴 했지만 막국수면이었고 국물에서 김치 씻은물 맛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MSG 맛이 진하긴 했지만 용인할 수 있는 정도였고 조미료 양을 조금만 줄여도 오히려 맛이 좋아질 느낌이었습니다.


즉 노력하면 다시 예전의 맛으로 돌아갈 수 있는 범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래도 제 기억이 맞다면 여기 족발은 맛있을겁니다.

물막국수만 피하시면 되겠습니다.



제 별점은요,
 
☆☆☆☆☆☆☆☆☆☆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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