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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주린이일기

[주린이일기] LG화학의 양아치짓 - 배터리사업 물적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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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에서 배터리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여 분사한다는 소식에 장초부터 떡락을 하고 있다. 주주들 뒤통수를 호쾌하게 후려친 셈이다.

인지부조화에 빠져 계시거나 상황파악이 덜 되신 주주는 종토방 등지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관련해서 스누라이프에도 단상을 남겼더니 벌써 콜로세움이 열렸다.

1. 어쨌든 그 배터리사업법인도 LG화학 주주꺼 아니냐
2. LG화학이 신생 배터리사업법인에 대해 가지는 지분가치가 가격상승으로서 인정을 못 받겠느냐
3. 배터리사업법인이 IPO 할 때까지는 어쨌든 LG화학이 오르지 않겠느냐

전부 틀렸다. 이미 LG화학은 카카오버터 뽑아내기로 한 카카오매스이며 코코넛오일 추출당할 예정인 코코넛과육일 뿐이다.

1. '주주꺼' 라는 말이 애매함. 이 궁금증 가지신 분은 우선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차이' 키워드로 구글링 ㄱㄱ.
2.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왕창 들고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삼성전자가 오르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도 같이 올라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5년째 완만한 스키장 하락경사를 이어오고 있다.
왜일까? 삼성전자가 잘 될 것 같으면 그냥 MTS 켜서 삼성전자를 사고 말지 다른 나머지 사업부문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겠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삼으로써 간접보유를 택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3. 근데 이미 IPO 하기 위해 물적분할하는 것임이 명백해졌잖아? 이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배터리사업에 관심있는 그 누가 LG화학을 사겠습니까 그 돈 대기시켜 놨다가 배터리사업법인 IPO에 들어가든 다른 회사 배터리주식에 들어가야지

LG화학은 그냥 이제 흔하디 흔한 정유, 석유화학주가 되어버린 것이다. 석화 주식을 이 가격에 사주는 흑우는 아마 없을걸?

내가 이래서 LG로 시작하는 회사는 그 어떤 것이든 안 산다.

1. LG전자 MC사업부에서 만드시는 '폰더블폰', 스마트폰 시대에 20년만에 부활한 '가로본능 감성' 등 말같지도 않은 아이디어의 제품이 튀어나오는 것
2.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도저히 손절하지 못하는 것
3. 이미 인재가 유출되고 있었던 LG디스플레이에서 적자가 너무 심해 추가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야만 했던 것
4. 먼 옛날 LG카드 실적이 악화되어 신한카드로 넘어가게 생겼을 때 총수일가가 지분 물량을 먼저 던져버려 숱한 LG직원들과 개미들을 호구로 만들어버렸던 것
5. 그리고 이번의 LG화학 물적분할

이게 다 모두 LG 계열사들의 경직된 의사결정구조와 경영능력 부족 + 총수일가의 도덕불감증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와 조직문화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옆에서 LG계열사들을 지켜보니, 임원들은 행동도 없고 연구도 없이 말만 하고 뭔가 잘못된다 싶으면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며, 끕 좀 되는 중간관리자는 윗선에 잘 보이기 위한 노력에 여념이 없고, 직급이 낮은 중간관리자는 자기에게 혹여 책임소재가 돌아올까 위험요소나 모험요소 하나하나에 벌벌 떨며, 실무자들은 처음 입사해서 열정에 불타다가도 이런 조직문화와 거버넌스에 몇번 데여버리고 나면 아무 효능감도 느끼지 못하고 그냥저냥 복지 좋으니까 시키는 일 하면서 다닌다.

LG계열사 중 갖고 싶은 기업이 보인다면, 매수버튼을 누르기 전에 동종 업종을 유심히 조사해 보자. 그 어떤 업종이든 분명히 더 좋은 기업이 있다.
내가 봤을 때 향후 초격차기업집단 후보군에도 못 든다 LG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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