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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악리뷰

[음악리뷰] 2013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감상평 (2013.11.0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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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에 무도 자유로가요제를 보고 페이스북에 올렸던 기억이 난다.

슬슬 무도가 노잼이 되어가던 시절...

 

 

 

 

 

 

늦게나마 2013 무도가요제 감상평. 인상깊은 곡 4개만

사라질것들 – 8곡 중 가장 독단적으로 대중성이 없다. 빠르게 음원 차트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C의 1빠 선점은 신의 한 수였다. 중간에 나왔으면 다른 무대들에 그냥 씹혔을 것이고 마지막에 나왔으면 무도가요제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로 끝났을 것이다. 곡의 질은 둘째치고, 내가 김C에게 크게 실망한 것은 ‘독단적 스트라이커’ 운운하면서 정준하와 단 한번의 음악적 교류 없이 작사/작곡, 영상예술, 춤을 작업하고 이틀 전에 곡을 던져줬다는 점이다. 그래 놓고서는 한다는 말이 ‘준하가 가장 멋있게 보일 수 있게끔 작업했다’ 란다. 의상에 가사에 몸짓에 피쳐링 선정까지 어디 하나 정준하 희망사항은 이빨도 안 들어가게끔 미리 다 판을 짜...놓고, 뒤늦게 와서 그런 소리를 한다면 이게 <인형의 집>에서 노라를 인형 취급하는 헬마와 무엇이 다른가? 그냥 김C는 정준하를 제물로 삼아서 자신의 음악적 이미지를 공고히 할 기회를 누린 것이다. 장점을 꼽아주자면, 곡에 강한 비트도 없고 베이스라인도 없어서 35000명 관중들 중 뒤에 있던 사람은 ‘쟤네 뭐 하는 건지 하나도 안 보이고 하나도 안 들린다’ 했겠지만 적어도 TV화면 상에 나왔던 무대 위의 공연예술만큼은 다채롭고 훌륭했다. 자유로 가요제의 ‘장르의 다양성’을 책임지고 넓혀줬다는 것도 장점이라 하겠다.

해볼라고 – 이 곡이야말로 무도가요제 특유의 병맛을 충실히 계승하는 명곡이다. 세 가지 창법을 선보이는 LEP 정형돈의, 정형돈에 의한, 정형돈을 위한 가사가 돋보인다. 애초에 무도가요제는 음악성으로 승부 보는 곳은 아닌 만큼 별 의미 없는 가사라도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여담이지만 수 년 전만 해도 정형돈은 무도에서 하이개그나 하고 분위기 망치는 개 노잼 캐릭터였다. 이런 형용돈줭 같은 시덥잖은 개그와 의성어/의태어들이 가사라는 맥락에 들어가니 새롭게 보이고, 형돈이와 대준이가 히트를 치고, 이번 곡도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편곡은 아무래도 강북멋쟁이를 샘플링한 것 같은데, 이게 사실이라면 GD는 작정하고 정형돈을 위한 노래를 쓰려고 했음에 틀림없다. 다만 비트의 변화가 좀 정신없다.

오빠라고 불러다오 –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장미여관!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든다.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키는 인트로부터 역동적인 베이스라인, 보컬 화음 쌓기, 노래 존못인 노홍철 커버해주기, 관객이 따라하기 쉬운 코러스, 웃기는 가사까지 빠지는 게 없다. 곡 자체도 각 파트가 유기적이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은 만큼 스쿨밴드들이 카피하기에 쉽겠다. 다만 기타솔로가 좀 성의없다.

GAB – 가사를 대충 썼다. 별 의미 없는 가사라도 좋으니까 형용돈줭처럼 주제에는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데 기승전결이 하나도 없다. 곡은 그냥 무난한 수준.. 둘이 연습하는 거 보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원래 길만 브레이크 타임에 솔로댄스 시키고 보아는 안 추려고 했다는데 레알 큰일 날 뻔 했다. 딱 눈여겨볼 만한 가사는 ‘시작해 다시 TV 끄고’ ‘누가 뭐래도 No.1’ 정도로 다른 팀과는 달리 프로 뮤지션만으로 구성된 팀이라는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보아누나 춤은 레알임 ㅇㅇ

이번 무도가요제, 특히 사라질 것들은 과연 대중음악이란 무엇인지 나로 하여금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결론은 이렇다. 대중음악 한다는 사람이 마이너한 곡 써놓고 대중이 내 진가를 몰라준다며 탓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다.

1. 그런 경우가 많지 않거니와,
2.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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