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음악리뷰

[음악리뷰] 부활 정동하 계약만료! (2014.01.11 작성)

반응형

2014년 1월 11일 우리 엄마가 정동하 팬이던 시절에 쓴 글이다. 

 

 

 

 

 

 

1월 4일 부활의 보컬 정동하가 계약만료로 부활을 떠났다고 한다.  12월 25일에 내가 할 일 없을 것임을 예지한 우리 엄마는 미리 부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예매했고, 나는 별 감흥 없이 잠실 롯데호텔에 가서 그들의 공연을 봤다.  그런데 그것이 그 조합으로는 마지막 공연이 되어버렸다. 

 

정동하

 

 정동하가 처음 발탁되어 녹음한 앨범, 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앨범 10집 ‘서정’을 다시 듣는데 그의 앳된 목소리가 귀에 틘다.  10집 서정은 10집 이전의 부활 팬들에게는 질타를 받곤 했는데, 수록곡들의 성향이 대놓고 발라드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활 입장에서는 발라드 넘버들이 인기를 많이 끄니까 팬 서비스 차원에서 그렇게 구성한 건데 그간의 실험적인 록 사운드에 매료되어 있던 부활의 오랜 팬들은 그게 마뜩지 않았었나 보다.  음반 판매실적은 역시 의도했던 것보다 시원찮아서, 크리스마스 공연 때도 김태원이 10집 타이틀 ‘추억이면’을 연주한 직후 “이 앨범은 속칭 망한 앨범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난 그 노래로 부활 입문했는데.

 그 동안 부활에서는 앨범이 망하면 그 앨범을 함께 녹음한 보컬은 그것으로 부활과는 끝이었다.  김재희, 김기연이 그랬고 이성욱, 정단이 그러했다.  또 10집 이전에 부활에서 정규앨범을 두 장 이상 녹음한 보컬은 이승철밖에 없다.  김태원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던 사람이 바로 정동하다.  정동하를 높이 샀던 김태원은 그를 버리지 않았고 (홀딱 반해서 5년 단위로 계약했기에 애초에 버릴 수도 없었지만) 몇 년간 빛 못 보는 음악생활을 함께 이어나가다가 (마티즈에 장비 싣고 여러 명 낑겨 타고 다니던 얘기를 가끔 공연장에서 하곤 했는데 참 웃프다), 자신의 예능출연으로 숨통을 좀 트게 된다.  그리고 정동하도 얼떨결에 방송에 출연하면서 덩달아 상당한 인기를 얻게 된다.  덕분에 12집 타이틀 ‘생각이나’도 히트하고 아줌마 팬들도 많이 생겼다. 

 

 우리 엄마는 열렬한 정동하의 팬인데, 오로지 부활에선 정동하만 듣는다. 부활 음원을 들을 때에 정동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에 가서도 기타 베이스 드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공연이 끝나고 “엄마 서재혁 베이스 솔로 봤나 캬~끝내주제” 하면 엄마는 “낸 잘 모른다” 할 뿐이다.  이는 우리 엄마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대부분의 팬들에게 적용되는 얘기고, 현재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5년 10년, 25년 전의 팬들에게까지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또 부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록밴드 전체에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록밴드에서 보컬만 부각되는 것은 오늘내일의 일이 아니고, 특히 음중 뮤뱅 인가 등 방송에 나오는 밴드는 그 정도가 더하다.  윤도현, 쌈자신, 정용화, 이홍기, 이성우 (노브레인) 등, 방송은 그 특성상 노출가능시간/등장 가능한 인물의 수가 굉장히 귀하여 음악을 하는 팀 중 한 명에게 카메라 앵글과 인터뷰와 자막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  그럼 상품성 높은 사람 비춰주는 것이 당연한데 이변이 없다면 보컬이지 뭐.

 

 부활의 핵, 그리고 줄기 그 자체인 김태원은 사실 나쁘게 말하면 죽 쒀서 개 준 적이 많았다.  희야가 히트하자 사람들은 이승철만 쳐다봤고, 박완규도 김태원이 송탄 미군부대 앞에서 직접 섭외해온 인재이지만 솔로로 전향한 후 김태원보다 더 큰 인기를 모았다.  작사 작곡의 90%를 자신이 하는데도, 자신이 이 밴드의 주인인데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목해주지 않는다.  이런 이유인지 그는 코러스로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모든 음반에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  정동하도 김태원이 남자의 자격에 나가기 전까지는 방송 탈 기회가 없었지만, 김태원 따라서 우연히 한번 TV에 나온 이후 김태원보다 더 많은 프로에 출연하고, 불후의 명곡에서 역대 최고득점까지 찍고, 뮤지컬로까지 발을 넓혔다.  김태원은 출연하던 예능프로가 전부 막을 내리면서 손에 딱! 달라붙는 거품 염색제 버블비 같은 광고를 찍다가 이제는 그마저도 안 보인다.  그리고 이제 정동하는 뮤지컬 배우로, 또 솔로가수로 독립하러 나간다고 한다.  금전적인 면으로 보더라도 독립하는 게 확실히 더 이득이긴 할 것이다.  부활은 이제 방송 잘 타지도 않고, 공연장에서도 관객수 3000명을 모으면 진짜 많이 모은 것이니까.  또 한번 보고 말 사람들은 공연 한 번 끝나고 다 빠져나갔는데 아침저녁으로 매주 1,2부 순회공연 해가며 공연마다 쫓아오는 열성 팬들 지갑 탈탈 털어서 벌어먹고 살 필요도 없으니까.

 

정동하 나이가 올해 우리 나이로 35세이다.  이미 솔로로 데뷔해 있던 가수라면 한참 솔로 가수로도 활동할 법한 나이이지만, 밴드를 떠나 솔로로 활동을 시작하기에는 좀 늦은 나이다.  그래도 그는 ‘역대 최장 부활보컬’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더 나은(?) 길을 택했다.  가수활동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1년의 간격을 두고 그의 뮤지컬을 보았을 때 첫 번째에는 크게 실망했다가 두 번째 감상 때에는 괄목상대해야겠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그리고 그는 오늘 결혼을 한다.  그의 성장과 유명세를 기원한다.

정동하의 성공 여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한 데에 비해, 부활은 확실히 큰일났는데 팬이 대부분 정동하 팬이기 때문이다.  부활 공연수익은 대부분 정동하 팬들이 담당해 주고 있었다.  정동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팬 층의 두께가 달라 부활 팬클럽 ‘부사모’와는 별도로 ‘동하연가’라는 팬클럽을 가지고 있다.  순회공연이라는 게 각지의 팬들을 위해 뮤지션이 힘들어도 돌아다니는 것인데 정동하의 열성 팬들은 자기 동네에 공연 올 때는 물론 놓치지 않고 여기에 더해 순회공연을 따라올 정도이다.  우리엄마를 포함해서 이 정동하 팬들이 썰물 빠지듯 사라지고 나면 나머지 멤버들은 부수입이 별로 없을 경우 좀 괴로울 것이다.  그리고 김태원은 보컬을 구해서 처음부터 또 죽을 열심히 쑤어서 안 팔리면 엎든지, 잘 팔리면 또 다 된 밥 보컬 주든지 해야만 한다.  김태원이 올해로 오십인데, 참으로 험한 길을 가고 있다 싶다. 

 

김태원

 

김태원은 작곡할 시즌에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다른 뮤지션의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예전에 쓴 곡도 듣지 않는데 이는 표절과 자기표절을 막기 위함인 것 같다.  또 요즘 나오는 음악은 그냥 아예 평소에도 듣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문제점이 있는데 첫째로는 트렌드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며, 둘째로는 자기표절을 막는다고는 쳐도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는 바람에 곡들을 모아놓고 보면 처음 몇 개들은 참신할 수 있어도 나중에 나오는 곡들은 처음 것들과 비슷하거나 나중에 나온 곡끼리 비슷한 등 편향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야말로 오래 유지하기만 한다면 개성이 될 수 있으므로 30년째 음악중인 김태원에게는 괜찮은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앨범에서는 심지어 기타솔로까지 비슷해지고 있는데 좀 경계해야 할 것 같긴 하다. 

 작사는 더 일관적이라 ‘비’가 내용에서 빠지는 적이 없고 ‘시간’이 시어로 빠지는 적이 없다.  이제 대놓고 회상1, 회상2, 회상3처럼 제목에서 회상에 관한 노래임을 명시하지는 않아도 김태원이 작사를 하면 대개 ‘비가 내리던 어떤 과거 시점에 너를 멀리서 바라보던 모습’을 회상하는 노래가 된다.

그래도 난 이 억새풀 같고 잡초 같고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한 이 아저씨가 참 좋다.  비록 약쟁이였고 뻥쟁이이긴 하지만 빛 본 날보다 못 본 날이 많아도 30년의 근성으로 음악을 해 나가는 모습이 존나 멋있다. 김태원의 딸도 자기 아버지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는지 뮤지션을 하겠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콘서트 때 자작곡도 하나 들고 나와 부르고 들어갔다.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김태원이 관객에 던진 말이 생각난다.  “다른 크리스마스 공연도 많은데, 이렇게 부활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공연이 아니니까요.  25일 공연 관람은 잘한 선택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