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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악리뷰

[음악리뷰] 아이유 모던타임즈 앨범 정주행기 (2013.10.09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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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 외박도 잘 못나가고 상황실에서 근무하며 아이유를 정주행했었지..예나 지금이나 업계최상위포식자 퀸이유님이시다









아이유 모던타임즈 앨범 정주행했다

한줄평: 편곡의 풍성함과 다양함이 극에 이르렀다.

정말 다양한 시도들이 한 음반에 다 들어 있었다. 파격적인 피처링 선정에, 아이유 본인 자작곡도 두 개나 있고, 전작보다도 브라스/스트링/베이스가 가득한 곡이 있는가 하면 간단하게 기타만 얹은 곡도 있다. 장르도 다양하게 아우르는 것이 "우리는 연예산업이 아니라 예술을 한다능!" 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간의 타이틀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앨범 타이틀인 분홍신은 들을수록 매력이 있는 곡이다. 다시 말하면 처음 듣기에는 너무 낮설다. 왜냐하면 편곡이 너무 화려하다. 작편곡가들과 작사가들은 음반을 작업하면서 같은 노래를 수없이 듣기 때문에 놓칠 수밖에 없지만 곡의 첫 느낌과 익숙해진 후의 느낌은 너무도 다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멜론과 소리바다에는 음원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중들은 그 많은 음원들을 불편한 느낌으로 참으며 듣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유의 음악 그것도 타이틀곡이라면 대중들이 강제로 노출되는 빈도가 높을 것이고, 로엔도 이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편곡에도 대중들이 어떻게든 다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이번 분홍신 브라스 스트링 베이스는 로엔이 작정하고 얹은 것 같다. 최대 히트작인 좋은날과 너랑나와 비교한다면, 가상악기 비트에 가까운 음으로 멜로디 변화는 간소화하여 찍어주던 베이스가 일본인 세션의 역동적인 멜로디라인으로 날아다니게 되었다. 아무리 댄스곡이라 할지라도 멜로디라인이 날아다니니 베이스 음량이 커질 수가 없다. 그래서 관현악 뒤로 숨었다. 스트링은 전작들과 비슷하게 쓴 것 같지만 브라스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재생 내내 쉴 틈 없이 계속 나온다. 브라스가 들어간다 싶으면 피아노가 나와서 그 공백을 메워버린다. 댄스곡임을 감안한 것인지 악기들 음량도 크다.

복잡하고 화려한 편곡의 또 하나의 장점은 조바꿈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대중음악에서는 완전5도 변화/장단음계 변화/끝에 한 키 올리기 정도가 나오는데 스트링이 후루루룩 브라스 빠밤빰빰 하다 보면 상대음감인 청자도 못 알아채는 사이에 조를 바꿔버릴 수 있다. 분홍신에도 좋은날/너랑나와 마찬가지로 후루룩 빠밤빰 샥삭 넘어가는 기교가 발현되었다.

아이유 타이틀 편곡의 화려함은 잔소리 때에 슬슬 간을 보더니 좋은날과 너랑나에서 터져버렸다. 그때 들으면서 경탄해 마지않으면서 와 우리나라 대중음악 편곡에 앞으로도 이 정도 공이 들어간다면 너무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100% 주관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편곡 좀 과했다. 대중음악이 클래식처럼 귀 쫑긋하고 집중해야만 씹뜯맛즐 할 수 있다면 그건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편곡이 그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주관적인 생각이 든다. 화려한 편곡은 확실히 로엔과 아이유가 가지고 있는 든든한 자산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아이유는 어디까지나 대중 가수인 만큼 곡에 이런저런 예술성만 투영할 수는 없다. 또 비즈니스 입장에서 보자면 용형과 신사동호랭이라면 작업실에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댄스곡을 이렇게까지 하는 건 쓸데없이 고퀄이 아닌가?

분홍신 보컬 멜로디라인은 7음계 밖의 음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성인 가수' 이미지를 쌓는 데에 일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경음이 되는 악기들을 떡 주무르듯 하여 단음계 장음계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왔다갔다 하면서 썸머타임~! 하는 신나는 느낌의 야마도 놓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에 곡의 속도가 갑자기 좀더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하는데 가사가 곡에서 실현되는 좋은 시도이지만 이것까지 더해진다면 곡이 전반적으로 너무 정신없다.

가사도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캬 이나느님 가사잘쓴다. 또 아이유는 곡 간의 스토리가 연계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여러 누리꾼들의 가사 해석을 기대하게 만든다. 뮤비도 예술이다 원래 나는 노래방에서 아니면 뮤비 안보는데 가인 피어나 이후로 로엔 것은 꼭 보고 있다.

이번 음반을 기점으로 아이유는 자기 이미지를 바꾸게 된다. 글쎄, 성인 가수 가 된 다음에도 경쟁력이 여전할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유가 다시 한번 '좋은 날' 때만큼의 좋은 날을 맞이하려면, 대체불가능한 노래를 대체불가능한 매력적인 이미지로 불러야 할 텐데, 전자는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확보되겠지만 후자는 과연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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