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면식소행/냉면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2) - 평안도상원냉면

반응형

 오늘의 면식수행은 탈북하신 새터민 셰프가 운영하시는 평양냉면집 합정 동무밥상..

인데 아뿔싸! 이직하는 사이 백수생활을 누리다보니 요일 개념이 없어져서 오늘이 동무밥상 휴무인 월요일인줄도 몰랐습니다.

혼밥하러 간거면 차라리 나은데 전 회사 동기 형 한명을 제 손으로 끌고 간거라 난처한 상황... 급한대로 근처 평양냉면집을 찾아보고,

발견한 홍대 평안도상원냉면!

 

홍대입구역 9번출구의 핫플 KFC 있는 건물의 지하로 들어왔습니다.
뭔가 휑하고 푸드코트 타이틀이 '음식백화점' 인 점이나 그걸 쓴 글씨체까지 전부 90년대 느낌을 줍니다.

 

어딨는거야...

 

홍대 평안도상원냉면

찾았다~.~

"지금도 운영하나??" 싶은 낡은 푸드코트 한켠에 홍대 평안도상원냉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격표는 신경도 못쓰고 급하게 대체재를 찾았는데 일단 평냉이 8,000원이라는 점이 극호감입니다.
부원면옥(8,500원)보다 싼 집은 처음 봤습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업입니다.

 

급식소 같은 느낌의 낡고 후줄근한 푸드코트에 잘 어울리지는 않는 평양냉면집입니다.
냉면집임에도 푸드코트답게 선불로 계산해야 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바로 옆에는 급식소에 걸맞는 한식뷔페가 있습니다.

가격은 2020.12.21 기준 다음과 같습니다.
물냉면 8,000원
비빔냉면 8,000원
곱빼기 3,000원 추가

순면 냉면 15,000원
순면 곱빼기 5,000원 추가

편육(수육) 19,000원
제육 14,000원

녹두지짐 7,000원

순면이 일반면보다 근 2배 비싸다는 점이 특기할 만합니다. 다른 평양냉면집은 그렇게까지 차이나지 않는데..

 

푸드코트는 홀을 개조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벽과 천정 인테리어는 전혀 식당같은 분위기는 아니며 테이블과 의자만이 이 곳이 푸드코트임을 입증합니다.
핫플 홍대9출에 있으면서도 사람을 끌어모으기는 쉽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갈비탕 국물처럼 우려낸 육수를 식히고 계셨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맛있게 올라옵니다.
아마 다 식으면 표면에 뜬 기름막을 걷어내고 한번 걸러내서 육수냉장고에 넣으시겠죠?

다만 락앤락 통 재질이 가소성플라스틱이면 환경호르몬 위험이 좀 있지는 않을까 우려되었습니다.

 

약간은 아쉬운 인테리어.
냉면 두그릇과 제육 한 접시를 시켰습니다.

푸드코트처럼 메뉴가 나오면 불러줍니다. 패스트푸드처럼 식판에 담아 가져옵니다.
백김치와 무김치를 밑반찬으로 내주십니다.

 

홍대 평안도상원냉면 물냉면(8,000원)

오늘의 주인공 냉면(8,000원)
계란 반개, 소고기 편육 2점, 오이 2점, 무 2점, 배 1점이 고명으로 올라갑니다.

면의 두께는 얇지도 굵지도 않으며 색이 검고 진한 편입니다.

 

계란은 필동면옥과 마찬가지로 뒤집어서 한쪽으로 밀어넣어 서빙하시네요.

 

첫입은 덩이가 안 흐트러지도록 해서 면만 먹는게 국룰
면스플레인 해보자면 늘
1. 면 풀기전에 살짝 집어서 씹어봄
2. 육수 한입
3. 계란
4. 면 해체

순으로 맛보고 있는데 미각이 점점 흐트러지기 전에 맛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순면을 시키지 않았음에도 첫 입에 매우 강한 메밀향이 코 속까지 스며듭니다.
커피를 강배전하듯이 메밀을 세게 볶아 제면과정에 집어넣으신 것인지, 구수한 맛이 씹으면 씹을수록 찐하게 올라옵니다.

육수는 진하다못해 탁합니다 ㄷㄷ 거의 갈색임 ㅇㅇ
완전 고기고기한 향이 무지막지하게 올라오고 한입 입에 탁 넣으면 우골분말 농축 엑기스 같은 감칠맛이 목구멍과 입천장을 찰싹 때립니다. 흡사 밥굽남과 산적TV 아저씨들이 생각나는 맛입니다.

동치미의 산미나 산뜻한 뒷맛은 잘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냥 육향의 곤조로 냉면을 진득하게 밀어붙이시는 집인 것 같네요. 다른 리뷰를 보니 동치미 맛이 많이 난다고 하시는데 배합비를 최근에 바꾸셨나 봅니다.
이집 육수는 미원이나 다시다를 써도 맛의 계통이 깨지지 않을 만큼 육향이 강렬합니다. 물론 과하게 쳤다가는 육수 낸 보람이 없을 만큼 고깃집냉면육수와 같아져 버리겠지만.

백김치의 슴슴한 맛과 무김치의 새콤짭짤한 맛이 대비가 됩니다.

 

고명이 필동면옥, 을지면옥, 평양면옥보다 이것저것 많지만 입에서 잔향을 오래 남기는 파는 없습니다. 고춧가루도 없구요.

 

같이 시킨 제육이 한박자 늦게 썰려 나옵니다(160g)
가격은 14,000원이니 2만 원을 넘게 받는 다른 평냉집보다는 합리적인 편입니다.

 

제육은 차갑게 서빙합니다.

 

제육 찍어먹으라고 내주신 이 특제 새우젓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늘을 갈아넣고 고춧가루를 넣고 또 뭘 하나 넣으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추측이 안 됩니다. 아무튼 제육에 감칠맛을 입혀주고 씹는맛을 살려주는 짭쪼름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쌈김치에 싸서 한입 ㅇㅎ~

 

냉면에 싸서 한입 ㄲㄲ
지방맛과 메밀향과 면 식감이 어우러져 꼬소한 맛을 냅니다

 

편육은 오래오래 씹으면서 쪽쪽 빨아먹어야 육향이 지대롭니다.

 

밥말아야 될듯한 고깃국물.. 오늘은 술욕심을 참습니다 ㅜㅜ

 

완면.

같이 간 형이 입지조건이 좋은 곳에 위치했더라면 빌딩 올리셨겠다고 했을만큼 맛은 특색있고 묵직한 평양냉면이었습니다.
의정부파 평양냉면처럼 균형잡혀 있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은 아니지만, 저는 이런 고기육수 맛과 펀치감있는 메밀향으로 승부보는 타입이 오히려 입에 맞아 좋네요...
을밀대 우래옥 봉피양도 이와 비슷한 계열이라 하니 조만간 찾아가겠습니다.

평안도상원냉면에서 특별히 집중해야 할 냉면맛의 요소로는
1. 무지막지하고 고기고기한 육수가 입천장에 닿을 때의 맛
2. 강하게 볶은 듯한 메밀 면이 씹을수록 내뿜는 향
3. 기본찬으로 내주시는 백김치와 무김치의 맛 차이

정도가 있겠습니다.

제 별점은요,
 
★★★★★★★★☆☆
 
8/10


리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하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