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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소행/냉면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1) - 필동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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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연말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오늘부터 서울 시내 냉면투어를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첫번째로 방문한 냉면집은 충무로의 필동면옥입니다.

 

필동면옥은 충무로역과 동국대학교 사이에 있으며 역세권이라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식당 건물 외관이 수십년 묵은 짬을 말해줍니다. 필동면옥은 1985년부터 영업했다고 하니까 35년 된 셈입니다.

 

가격은 흉악합니다. 냉면이야 평양냉면이 원래 비싸니 그러려니 하는데,

제육이나 수육도 한 접시 할까 했더니만 오늘은 그냥 냉면만 먹기로 합니다.

 

식당에 들어갈 때만 해도 딱히 술 생각은 없었는데 주문하면서 저도 모르게 소주를 같이 주문해버렸습니다...ㅋㅋ

 

선주후면을 하라는 뜻이신지 소주와 무김치가 먼저 나왔습니다. 무김치의 간은 강한 편입니다.

새콤한 맛이 혀를 쿡 찌르는 느낌이라 입맛을 돋우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겠지만, 냉면과 한입에 같이 먹는다면 면과 육수의 맛을 가릴 것 같은 그런 무김치입니다.

 

면수에서는 메밀향을 별로 느낄 수는 없었고 전분 내음이 치받고 올라옵니다.

 

필동면옥 냉면 (12,000원)

5분도 안 되어서 냉면이 나옵니다. 

비주얼은 을지면옥의 평양냉면과 아주 비슷합니다.

실제로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은 자매지간으로 뿌리가 같습니다. (의정부 평양면옥에서 분기)

 

차이점은 고춧가루에 있는데, 을지면옥보다 약간 더 많이 친 느낌입니다.

고춧가루 자체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자체적인 풋내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육향과 메밀향에만 집중하고 싶다 하는 사람에게는 방해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맛과 간의 밸런스는 오히려 고춧가루를 쳐야 좋아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뿌려넣는 스타일을 확립하신 게 아닐까 합니다.

 

올라가는 고명은 소고기 한 점과 돼지고기 한 점, 채썬 파 약간, 고춧가루가 전부입니다.

 

서빙하다 알이 미끄러진 것 같지는 않고, 계란은 노른자 단면이 밑을 보게 해서 한쪽으로 밀어넣어 놓고 서빙합니다.

 

첫입은 면이 국룰 아니겠습니까? 메밀향이 얼마나 느껴지는지 먹어봅니다.

슴슴하게 퍼지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집이 남대문 부원면옥과 가까워서 자주 가는데 거기보다 면 자체에서 메밀 냄새가 많이 올라옵니다.

그렇지만 부원면옥이 메밀향이 유독 약한 편이기 때문이지 필동면옥 면도 메밀 냄새가 강하다! 이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다음 육수를 한입 해보니 고기 맛이 콧구멍까지 슬슬 받쳐올라오는데, 고기의 향도 강하지만 짭쪼름한 맛이 좀 셉니다.

남포면옥처럼 동치미 맛을 살리는 평양냉면도 있고, 대한제국 고종도 그런 냉면을 즐겨 먹었지만 필동면옥은 고기 맛이 강조되는 육수입니다.

 

간도 그렇고 향도 그렇고 필동면옥 육수 타입이 딱 소주 안주하기에 최고의 육수로 느껴집니다.

 

중간중간 씹히는 파의 향이 리프레시를 해 주는 느낌이 훌륭합니다.

근데 파를 한번 씹고나면 면과 육수를 첫입 먹었을 때처럼 예민하게 느낄 수 없게 되어 아쉽..

 

제육은 딱 그 장례식장 상차림에 나오는 그 맛인데 대신 차갑기 때문에 좀더 딱딱합니다. 특히 비계가 차가워서 질겅질겅 씹는 맛이 강조됩니다. 아쉽게도 살코기 부위는 접시로 파는 제육을 위해 떼간 것 같네요.

 

쇠고기 수육은 퍽퍽하지만 얇게 저며서 먹을 만하고 육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간장, 식초, 고춧가루, 겨자

갖은 조미료가 구비되어 있지만 3분의 2 정도를 먹을 때까지는 냉면에 조미료를 치지 않고 본연의 맛을 즐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냉면에 식초를 넣으면 면의 식감이 살아나고 산미가 맛의 균형을 잡아주지만 육향이 흐려지며, 고춧가루를 넣으면 소주 안주하기 좋은 육수가 되지만 약간의 풋내가 나기 때문에 저는 꼭 후반부에 넣습니다.

 

겨자는 넣지 않습니다. 평양냉면 + 겨자는 불법입니다. (파인애플 + 피자와 동일)

 

고춧가루 색이 아주 선명합니다. 이걸 면을 거진 다 먹고 후반부에 꼭 사용해야 하는데,

 

소주 안주

다 먹었을 때쯤 그릇에 식초와 고춧가루를 좀 넣고 소주 안주를 만듭니다.

이러면 육수 맛의 섬세함은 무뎌지지만 감칠맛이 확 살아나서 최소 소주 2병짜리 국물안주가 됩니다.

남은 면과 육수를 한번에 목구멍으로 넘기고 연이어서 한잔 탁 털어넣는 맛이 일품입니다.

 

완면.

 

개인적 취향으로는 비록 면이 뚝뚝 끊기더라도 좀더 메밀함량을 높이면 어땠을까, 메밀향을 좀더 담으면 맛있었을텐데 하는 그런 맛이었습니다만 그러면 가격이 더 올라가겠죠?

 

필동면옥에서 특별히 집중해야 할 냉면맛의 요소로는

1. 짭쪼름한 간

2. 육수에서 올라오는 고기 냄새

3. 고춧가루와 파가 주는 영향

 

정도가 있겠습니다.

 

제 별점은요,

 

★★★★★★★☆☆☆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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