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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소행/냉면

[면식수행] 내돈내산 냉면 리뷰 (4) - 을지로 남포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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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을 5번이나 따낸 냉면집이 있다고 해서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냉면과 어복쟁반이 주무기인 을지로 남포면옥입니다.

 

출입문에 붙여 둔 미슐랭스티커 5개가 눈에 띕니다.

 

냉면과 어복쟁반 외에도 수육, 불고기, 전, 만두 등을 팝니다.

 

냉면이 13,000원으로 요즘 냉면집 중에서도 상당히 비쌉니다.

 

이 집 어복쟁반이 그렇게 맛있다고들 하나,

 

혼자 갔어서 냉면과 쟁반(소)을 다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냉면만 시키기로 했습니다. ㅠㅠ

 

기다리는 사이에 둘러본 인테리어입니다. 

 

한옥 감성과 현대적인 기물들이 섞여서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른 냉면집보다 홍보와 광고에 열심이신? 느낌을 받았습니다.

 

홀 안에는 10년의 터울을 두고

 

두 대통령(어맹뿌는 서울시장 시절)의 친필사인이 확대인쇄되어 걸려 있습니다.

 

아니 근데 냉면집에서는 냉면이 먼저지 왜 사람이 먼저냐;;

 

"냉면이 먼저다!"라고 적었으면 유머감각 ㅇㅈ인데 ㅋㅋ

 

시키자마자 동치미부터 한 그릇 나옵니다.

 

무 한 조각과 고추 한 개가 띄워져 있습니다.

 

오래 익힌 것인지 신맛이 굉장히 강합니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만두나 어복쟁반을 삼킨 뒷맛을 잡기에 제격일 것 같았습니다.

 

여기는 면수 대신 육수를 주시는 특징이 있는데,

 

수육, 어복쟁반, 불고기, 한우양지 등 워낙 고기 요리를 취급하시는 게 많아서 그런 듯합니다.

 

간이 짭쪼름하게 잘 되어 있었습니다만 면수와 달리 두 컵 이상 먹기에는 물리는 맛이었습니다.

 

무김치 간은 삼삼합니다.

 

식감은 아삭아삭한 걸 보니 오래 익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을지로 남포면옥 냉면 (13,000원)

5분 조금 더 넘게 기다리니 냉면이 나왔습니다.

 

면이 상당히 얇고 얼음을 띄워 내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명으로는 계란, 무, 소고기수육, 오이, 채썬 배가 올라갑니다.

 

면이 칡냉면처럼 쫀쫀한 게 식감이 꼭 0.7*고깃집 냉면 같습니다.

 

물론 제면할 때 메밀을 넣으셨겠지만 메밀향은 정인면옥 등과 비교하면 크게 찾아보기 어려우며, 

 

한번 씹는 것으로는 안 끊어져서 여러 번 깨물어야 합니다.

 

이런 얇고 쫄깃한 면의 식감을 즐길 것이라면 비빔냉면이나 쫄면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물을 한입 해보니 강한 동치미 맛이 느껴집니다.

 

식전에 내주신 동치미와는 달리 신맛은 적고 배, 대파, 생강, 마늘의 향이 강합니다.

 

육향은 동치미에 묻혀서 잘 드러나지 않고 감칠맛을 서브해주는 역할인 듯합니다.

 

 

처음 입에 들어갔을 때에는 분명히 단맛인데 삼키고 나면 약간의 매운맛과 다채로운 향이 삭 올라옵니다.

 

굉장히 묘사하기 어려운 그런 청량하고 오묘한 맛을 냅니다.

 

면에서는 약간 실망했으나 국물이 만족스럽습니다.

 

각종 향신채와 배를 왕창 넣고 오래 담그지 않은 동치미 국물이 이 집 물냉면의 메인인 것 같았습니다.

 

오이에서는 단맛이 많이 납니다.

 

안그래도 무김치가 많이 나오는데 고명에도 무가 너무 많습니다.

 

너무 많이 먹자니 질려버릴 것 같아서 저는 무김치 쪽을 남기기로 택했습니다.

 

딱 두 점 올려주신 얇디 얇은 소고기를 오래 씹는데,

 

고기에서 왠지 모를 초콜릿 향?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다른 냉면집 고기 고명 맛과는 뭔가 다릅니다.

 

음... 면에 고기를 싸서 먹어도 무지막지한 육향이 입안과 콧속을 막 강타한다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이집 면은 채썬 배와의 한 입이 가장 낫습니다.

 

약간 숙성된 듯한 배의 향과 달달한 맛, 그리고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것이 면과 그나마 잘 어울립니다.

 

오늘은 완면에 실패했습니다...

 

남포면옥의 냉면은 자기 개성이 매우 강한 냉면으로, 국물에서 그것이 크게 드러납니다.

 

국내의 유수 평양냉면집들과는 확실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서울식 냉면' 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제 취향은 아니네요.

 

고명은 참 많아서 씹는 맛은 다채롭습니다.

 

솔직히 냉면만으로는 2017년~2021년까지 5년 연속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된 사실을 이해하기는 어렵고,

 

아마 어복쟁반이나 기타 다른 메뉴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모양입니다.

 

을지로 남포면옥에서 특별히 집중해야 할 냉면맛의 요소로는
1. 첫맛은 달콤한데 뒷맛은 알싸하고 향이 다채로운 동치미 베이스의 냉면 국물

2. 각종 고명이 면과 함께 씹힐 때의 맛

3. 면수 대신 육수

 

정도? 입니다.

 

제 별점은요,
 
★★★★★☆☆☆☆☆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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