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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부린이일기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세대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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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새정부에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리모델링은 1기 신도시 특별법에 앞서서 주택법 시행령의 개선이 먼저 필요한 상황입니다.

 

링크에 들어가셔서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하트 하나만 눌러 주세요~

 

https://20insu.go.kr/message/52093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20insu.go.kr

 

이하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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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안양시 동안구의 한 리모델링 주택조합에서 봉사 중인 시민입니다.

먼저 당선을 축하드리며, 향후 5년 새정부의 순탄한 앞날과 우리 국민의 복리 증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주택법 시행령 [별표 4]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허가기준(영 제75조제1항 관련)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세대 내부의 내력벽 철거는 허용되나, 세대간 내력벽을 철거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해당 규제의 완화 필요성을 20대 대선 기간동안 당선인이 제시하신 도시/주택공약과 연계하여 말씀드리려 하오니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시는 데에 참조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세대간 내력벽과 공동주택의 평면

 

토지의 입지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건물 한 동만 본다면, 공동주택은 평면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면이 채광과 통풍, 가구배치와 실내 동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평면의 모양은 세로보다는 가로가 낫습니다.

 

아쉽게도 도시의 주택난으로 당장의 주택공급이 절실했던 90년대 초반까지는 ‘빨리’, ‘많이’ 짓는 것이 중요했기에, 20평대 이하의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안방 1개 + 작은방 1~2개 형태의 단순한 2베이 평면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위들 아파트에게 세대간 내력벽 철거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은, 각 세대별 리모델링 평면도상 좌우로의 확장이 원천 봉쇄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기껏해야 계단식으로 전환하며 복도 쪽 면적을 좀 확보하고, 위아래로 방 한두개를 붙이는 것이 고작입니다. 세로보다 가로가 나은데, 현행법상 위아래로만 확장할 수 있으니 2베이를 벗어날 수 없고 평면은 흡사 동굴과 같은 모습이 됩니다. 북쪽의 방은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고 곰팡이도 쉽게 핍니다. 면적은 넓혀도 실생활에 쓸모없는 공간이 자투리같이 생깁니다.

 

건축자재비는 똑같은데 평면설계가 나쁠 경우, 같은 공사비용으로 더 낮은 종후가치를 얻게 되므로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리모델링 사업 진도를 나가기 어렵게 만들고, 자연히 신축아파트의 공급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주거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상향된 요즘의 신축 아파트는 전용면적 59㎡에서도 4베이 평면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을 현행법에 따라 리모델링한다 해도 이들 4베이 평면의 신축아파트들과는 가치 측면에서 확연히 비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주택법 시행령의 개정만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2. 세대간 내력벽 철거 관련 법령의 변천 경과

 

지난 2001년 법적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가능성이 열렸고, 2013년에는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허용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송파의 한 아파트가 실제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득하였습니다. 최근 3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21년 10월 93개가 되었으며(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2/02/96914/)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규모는 나날이 커지는 중입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아파트의 평면개선을 주택법 시행령이 ‘세대간 내력벽 철거 금지’라는 명목으로 가로막고 있어 리모델링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단지가 많습니다. 따지고 보면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에 내력벽을 철거하는 것은 단순히 ‘철거’라고 치부하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도면을 본 적이 있다면 아시겠지만 세대 간의 새로운 구획을 짓는 과정과 새로운 내력벽을 구성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즉 철거보다는 대체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입니다. 핵심은 구조안전성이지 내력벽이 세대 안에 있느냐 세대 간에 있느냐가 아닙니다.

 

애당초 주택법 시행령 별표 4의 ‘내력벽의 철거에 의하여 세대를 합치는 행위가 아니어야 한다’ 라는 조항은 ‘세대 사이의 내력벽은 0.1%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라는 의도로 제정된 기준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같은 라인 내 연접한 두 채의 집을 사서, 내력벽을 철거하여 마치 한 채의 집처럼 사용하는 대가로 공동주택 전체의 구조안정성을 해치는 이기주의를 겨냥한 것입니다. 새로운 내력벽에 의하여 구조안정성을 보강하는 리모델링은 이와 결이 다릅니다.

 

국토부 내부적으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2016년 2월 국토부는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https://www.molit.go.kr/USR/law/m_46/dtl.jsp?r_id=4481)까지 하였으나, 안전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돌연 입법예고를 철회하였습니다. 국토부가 추가 검증용역에 필요하다고 밝힌 기간은 당시 3년이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국토부의 공식 입장은 나온 바가 없습니다. 해당 검증용역의 이름은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위한 가구 간 내력벽 철거 안전성 연구용역’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진행하였고 보고서는 이미 국토부에 제출된 상태입니다만 국토부가 발표하기를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지난 2020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세대간 내력벽 철거 안전성 연구용역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세대간 내력벽 일부 철거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https://www.asiae.co.kr/article/2020112311180574239)

 

3. 새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

 

세대간 내력벽 철거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 표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이유는 공공부문 관점에서 기대이익과 기대손실이 비대칭적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잘 되면 그 공로는 주택조합의 것이 됩니다. 지금도 재건축/재개발을 잘 이끌어낸 조합장들에게는 다른 단지에서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자문을 요청하며, 가능하면 서로 모셔가려고 합니다. 또 리모델링 사업의 결정적인 조력자인 승인/허가권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주택법 제66조)이지 국토교통부가 아닙니다. 즉 내력벽 철거를 허용해 줘서 리모델링 사업들이 잘 되어도 국토부 공무원 입장에서는 속칭 ‘광 팔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혹여라도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세대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해줬다가 안전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국토부가 그 책임 중 일부를 뒤집어쓸 염려가 있음은 확실합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서 제가 국토교통부 주택정책 담당 공무원이라 해도 세대간 내력벽 철거영향도 검증용역을 검증하는 용역을 또 추가로 발주하면서 ‘나 때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미루고 싶지, 굳이 철거 허용이라는 리스크를 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이 있음에도 국토부 공무원들은 별로 내키지도 않고 안심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최근 광주 화정동의 아파트 붕괴사고로 국토부의 건축설계 규제완화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졌다고 알고 있는데, 해당 붕괴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무단 공법 변경/지지대 철거/저품질의 콘크리트/부족한 양생기간 등 부실시공이었지(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14671) 시공은 잘 되었는데 건축설계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화정동의 붕괴사고를 이유로 세대간 내력벽 철거 완화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관료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일 동기가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움직여주셔야 합니다. 새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와 리모델링 지원에 관한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리모델링 지원으로는 특별법 입법을 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먼저 해결했으면 합니다.

 

세대간 내력벽 이슈는 리모델링 특별법의 입법이 아닌 시행령의 개정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한 사항입니다. 여야의 지난한 물밑협상과 원내 협치과정을 겪지 않고도 해결이 가능한 민생문제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평촌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연합회에서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 및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제안문을 보내드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수많은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새정부의 정책 향방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제안내용을 잘 검토 부탁드립니다.

 

4. 새정부의 재건축 관련 공약에 대하여

‘용적률 500%’ 와 ‘안전진단 완화’ 로 대표할 수 있는 새정부의 재건축정책 공약은 1기 신도시 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들의 마음도 일순 재건축으로 기울어지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재초환과 기부채납, 분양가상한제가 아예 사라질 수는 없다는 점, 각 세대의 조망권과 일조권을 결정짓는 동, 층, 향을 그대로 계승하는 리모델링과는 달리 재건축은 이를 다시 조합원끼리 정해야 한다는 점 등 재건축은 난맥이 더 많습니다. 후자의 문제가 소요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꽤 긴데, 실제로 용산구 한강변의 모 단지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간의 동, 층, 향, 호수 배치를 결정하는 데에만 5년 이상을 보내야 했습니다.

 

또한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준공되어 다 같이 낡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단지의 재건축을 먼저 승인해 줄 것이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형평성을 이유로 한번에 재건축을 승인해 주는 것은 이주수요와 인구감소 이슈로 인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안양시의 경우 평촌신도시 50여 개 단지 중 10~20개 단지가 한꺼번에 재건축에 들어가버릴 경우 50만 인구 특례마저 반납해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건축과 시간이 덜 걸리는 리모델링을 투트랙으로 지원하여야 시계열적으로 이주수요문제 및 역내 인구감소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당선인이 제시하신 1기 신도시 관련 공약의 목적은 결국 쾌적한 주거환경과 10만 호의 추가공급입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는 달리 그렇게 많은 수의 주택을 추가공급할 수는 없지만 재건축보다 빠른 주거환경 개선이 가능합니다.

 

녹물과 이중주차로 매일 고통받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을 위해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바라며 본 글을 마칩니다.

 

<참고문헌>

- 국토교통부, “수직증축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구조안전성 확보 방안 연구” (2014.06)

-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증축형 리모델링의 합리적 평면계획 기준 마련 연구” (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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