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린이일기] 서부이촌동 용산기지창 아파트 임장기(2) : 한강변 병풍아파트
이전 서부이촌동 임장기가 궁금하다면 전편 보기
[부린이일기] 서부이촌동 용산기지창 아파트 임장기(1) : 진퇴양난 시유지
흔히 양대산맥이라고 말하지만 둘 중 어느 하나가 나머지 하나에 견주기에는 좀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더 많은 실권을 쥐고 있었다는 점이나, 군인
insanerattles.tistory.com
도시개발 관점에서 서부이촌동의 또다른 아쉬운 점은 동부이촌동과는 달리 4개의 한강변 아파트단지가 정방형에 가깝게 건립되어 있지 않고, 가래떡마냥 길게 죽죽 늘어져서 병풍처럼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 그 뒤에 그늘진 단지들은 한강조망의 수혜를 전혀 누릴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철길 북쪽의 북한강성원(1997), 이촌대림(1994)과 철길 남쪽의 이촌현대한강(1997)이 모두 20층이 넘어가기 때문에 조망권과 일조권 측면에서 트롤이 엄청나다.
주민들이야 옆 단지야 알 바 아니고 그냥 한강 여의도 잘 보이고 도보교통은 안 좋아도 차량교통 괜찮고 앞으로 호재 있을 것 같은 아파트에 입주한 것 뿐이니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지만 이 아파트들 건축을 승인해준 당시 관료들은 과연 누구인지 그 상판대기를 직접 좀 보고싶다.
이렇게 되면 성원, 대림, 현대한강 뒤에 자리잡은 단지는 한강 방향이 아니라 기지창 방향으로 뒤돌아보고 용산 마스터플랜 호재만을 기다려야 하므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방향을 둘러싼 정치논리에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부동산은 '1급지에 살다보니 자연스러운 경제발전과 통화량 증가에 따라서 그냥 가격이 올라있더라'가 베스트 시나리오인데 그걸 어렵게 만들고 자꾸 신문 정치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또 이 병풍아파트에 의해서 서부이촌 내부에서도 단지마다 주민들 간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져 버린다.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서부이촌동을 포함하기로 서울시에서 맘먹었을 때, 단독/다세대/연립주택 세대들은 어차피 이 자리에서 재건축해 봐야 바로 앞에 병풍이 있어 조망도 안 나오는데 세대간 균질성이 있는 아파트보다 조합을 설립해내기도 쉽지가 않고 그러다보니 통개발 찬성 쪽으로 붙은 바 있다. 반면 북한강성원과 이촌대림은 아파트 연식도 오래 안 됐건만 한강뷰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통개발 반대 비율이 훨씬 높았다.
안 그래도 철길과 시유지의 존재가 서부이촌동에 고통을 주고 있는데 단지들 모양까지 지역발전에 역캐리를 하고 있으니 동부이촌동이라면 고려할 필요도 없는 장애물이 서부이촌동에는 너무 많다.
여담이지만 만약 길쭉한 한강변 단지들과 뒷단지들 높이, 연식이 서로 반대가 되었어도 분명히 문제가 터졌을 것이다. "얘네가 재건축해서 층수 높이면 우리 조망권 일조권이 차단되니 서울시는 막아주세요" 부터 "너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나도 층 높여서 한강뷰좀 누려보자" 까지...
성원, 대림, 현대한강의 경우 이미 용적률이 350%~400% 차있어서 재건축 사업성이 없고, 아직 내구연한 30년이 지나지 않은데다가 안전진단등급 D가 나올 때가 안 됐기 때문에 애초에 지금은 할 수도 없다. 재건축만큼은 아니지만 어차피 리모델링도 꽤 오래 걸리므로 북한강성원은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가닥을 잡고 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나도 B2B영업을 하고 있지만 참 건설사들은 분양이든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끈덕지게 그리고 미리미리 잘 움직인다.
건설사 먹거리가 부족해진 탓이다. 옛날식 영업방식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그러고보니 포스코건설이 시공비 문제로 조합과 갈등을 빚다가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하고 소송전에 들어갔다는데 현대건설에 이어서 벌써 2번째라고 한다. 첼리투스는 도대체 어떻게 탄생한거야???
북한강성원 옆 이촌대림 역시 길다란 가래떡처럼 한강뷰를 제 혼자 즐기면서 이촌1구역 재건축예정지를 가로막고 있다. 특징이라면 엄청난 주차면수 부족으로 이전 글의 동부이촌동 삼익아파트와는 느낌이 다른 것이, 아예 이중삼중 주차를 할 공간조차 잘 안나올 만큼 주차장 부지가 좁았다. 이것도 사실 아파트를 가늘고 길게 뽑은 탓이다. 단지가 어느 정도 정방형에 가까워줘야 이중주차를 해 볼수라도 있지 이촌대림에서 이중주차했다가는 바로 차량진입로가 막힌다.
주차난이 걱정되긴 해도 북한강성원, 이촌대림, 살짝 애매하지만 이촌현대한강 3개 아파트 모두 차량으로의 교통접근성은 괜찮아 보이고, 압도적인 한강뷰가 이미 있으며, 이촌1구역을 포함한 주변환경이 원체 저개발상태라 더 나빠지기는 어렵고 개선될 일만 남았기 때문에 적시에 리모델링만 잘 해주면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아파트라고 본다. 사업성 측면에서 결론이 명확하다보니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로 내홍을 겪을 일도 없고 병풍처럼 지어놓은 덕분에 일부 저층세대를 제외하고는 전부 한강뷰가 뽑히다보니 최신식 아파트로 바뀌었을 때의 기대효과도 좋다.
다만 대림과 현대한강의 철도 쪽 아파트동은 철길소음을 계속 불리한 점으로 안고 가야 한다. 경부선 철길을 저 멀리 치워버릴 수도 없고 한강철교를 지중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상대적으로 다른 서부이촌동 단지들에 비해 이미 입지조건이 좋아서 정치권이 해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용산기지창 개발방향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 보인다. 단 필요 전제는 용산기지창 부지만 단독개발하는 것이다. 이미 한번 엎어진 마당에 서부이촌동이 다시 개발계획에 편입될 리도 없겠지만.
용산기지창 개발이 서부이촌동 제끼고 국제업무지구 계획대로 추진되어 고급 주상복합, 오피스와 마천루가 깔리면 그건 그것대로 배후지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좋고, 서부이촌동 제끼고 지금 국토부 계획대로 8,000세대 이상의 아파트로 도배되더라도 아쉽긴 하지만 그 신축아파트보다는 시장에서 상급지로 판정받을 요소들이 남아는 있다. (한강뷰, 임대비율, 리모델링 계획, 신축 덕분에 가까운 학교 생김 등) 한강변 병풍아파트 주민들이 손에 쥔 것이 꽃놀이패는 아닐지라도 용산기지창에 임대를 포함한 아파트가 도배되는 것을 서부이촌동 용산 통개발 강제편입 때처럼 목숨 걸고 반대할 동인까지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주변 아파트공급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서부이촌동이 계속 용산개발 부지에 포함 안되면서 업무지구 중심으로 기지창이 개발되는 모습을 주민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관련하여 더 나쁜 시나리오가 있다면 표류하는 계획 속에서 용산기지창 부지를 걍 계속 공터로 놔두고 개발이 안 이루어져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한강변 아파트에는 가장 안 좋다.
안 그래도 외딴 섬같은 입지인데다 주변 분위기가 슬럼가인데 여기서 여야 정치판 싸움과 서울시/국토부 간 충돌 등으로 10년 20년을 더 존버태워버리면 그 동안에는 코 앞의 이촌1구역도 제대로 정비되기 어렵고 서부이촌동은 도심 속 섬으로 유지된 채 그냥 아파트가 낡아만 가는 것이다. 이러면 지 혼자 리모델링으로 삐까뻔쩍하게 뽑아봐야 주변환경이 구려서 그 효과가 떨어진다.
주상복합을 꽂든 고층 오피스빌딩을 세우든 성냥갑 아파트로 도배를 하든 뭐라도 용산기지창의 개발이 이루어지는 게 지금보다는 한강변 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한참 용산국제업무지구로 인한 서부이촌동 수용 문제로 몸값이 뛰었을 2007년 말 ~ 2013년 말의 이촌대림 84㎡ 기준 시세가 13억으로 나와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는 무려 동 시기 강남신축 도곡렉슬 동일 평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두 아파트의 입지와 전세가를 비교해 보면 명백한 고평가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입주권이 2007년 8월 31일을 기준으로 마감되었기 때문에(블록체인으로 치면 스냅샷이 이미 찍힘) 그 뒤로는 사실상 의미없는 호가에 불과하다. 오히려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주민들이 팔아서 다른 곳에 가고 싶어도 경매나 소송 등의 방법을 통하지 않으면 현금화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2013년 말 용산지구 지정해제로 매매가 자유로워진 이후 눈치게임을 슬슬 보다가 1!을 외친 사람이 7억대에 냅다 던졌고 당분간 그게 그대로 시세가 되었다. 7년을 기다려 온 입주자들 중 현금 흐름이 안 좋은 분들이 '2014타경OOOO'의 희생양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많은 입주자들이 서울시의 공권력에 이를 부득부득 갈며 '그냥 통개발 딜 받을걸' 하고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이촌대림 84㎡가 이제 어느덧 주담대도 안 나온다는 15억 원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먼 길 돌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물론 다른 서울 아파트는 그 사이에 안 올랐겠느냐마는...
다만 4억 원을 더하면 실거래가 기준으로 동부이촌 왕궁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내가 부린이라 그런가 '아니 그 돈이면 조금 무리해서 당연히 왕궁이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선뜻 이해되지는 않지만 세금과 재건축매물의 입주권매매 등 제반 거래비용 때문에 실제 매수자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생각해보면 4억보다 갭이 더 클지도 모른다.
서부이촌동의 병풍같은 한강변 아파트 때문에 그 앞의 단독/연립/다세대 단지들은 서부이촌동 내부에서는 자생력을 키울 수 없게 되었고 용산기지창만 바라보는 신세가 되었다. 동부이촌동처럼 단지가 정방형 단위로 큼지막하게 개발되어 있었다면 한강변 아파트뿐만 아니라 용산기지창과 맞닿은 서부이촌동 전체가 미래가치 부분에서 엄청난 강점이 있었을 것이다.
시유지, 한강변 아파트, 이촌1구역 그리고 용산기지창 부지만 해도 정신이 없는데 그 밑으로 경부선이 지나가고 있다. 국토의 동맥인 경부선은 말할 것도 없고 경의중앙선과 이루는 용산삼각선은 요긴한 철도로 쓰이고 있지만 그로 인해 서부이촌동이 받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외딴 섬이 한번 더 나뉘어 자투리땅이 되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자투리땅은 추후에 용산기지창이 개발된다 해도 위치가 애매하다는 것.
이촌1구역, 철길과 서부이촌동 하단에 대해서는 3편에 계속...
P.S. 코로나19의 2차 확산으로 지난 3월, 4월의 일상이 재현될 것 같습니다ㅠㅠ 다들 몸관리 잘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