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린이일기] 서부이촌동 용산기지창 아파트 임장기(5) :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아파트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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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린이일기] 서부이촌동 용산기지창 아파트 임장기(4) : 한강철교, 경부선 그리고 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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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창을 들어가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임장기는 아니고..정리 느낌이다.
용산개발의 방향과 관련하여 지난주 일요일에 용산역 앞 광장에서 집회가 있었다.
주장하는 내용이란
1. 1만 3천호(용산기지창 1만 + 캠프킴 3천) 아파트 박지 말고 국제업무단지로 만들어달라
2. 철도 지하화 좀 하자
3. 기지창에 주택공급은 진짜 안된다 하지 말자
용산구의 어느 동네에서 주로 집회를 나오셨을지 대충 감이 오지 않는가? 서부이촌동 위주에 약간의 한강로동일 거라고 본다.
사실 2007년에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추진할 때 서부이촌동까지 끌어들이려 한 건 너무 큰 무리수였다. '솔직히 지금 와서 하는 얘기' 수준이 아니고 그 당시에도 오세훈 시장 및 서울시 관계자들은 리스크가 너무 큰 강행군이라는 건 미리 알고 있었을 거라고 본다.
오세훈 시장 입장에서 트리마제 첼리투스 건축승인 해주고 반포에 세빛둥둥섬 띄우고 이런 감질나는 업적보다는 서부이촌 한강변을 포함한 용산국제업무지구 하나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것 하나면 이명박 전임 시장의 대중교통체계 개혁과 청계천복원을 압도하고도 남을 테니까. 그 말은 그 당시에는 대권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했으니까.
또 오세훈 시장 개인적으로도 96년 일조권 관련 소송에서 최종 승소를 일궈낸 것으로 정치 커리어를 시작한 변호사였기에 서부이촌동에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는 북한강성원과 이촌대림을 가만히 두고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오세훈 시장에게는 밤섬을 폭파시키고 여의도를 메우던 김현옥 서울시장의 권능이 없었을 뿐이다. 부지 크기로만 보면 용산기지창의 절반도 안되지만 서부이촌동을 끌어들이는 순간 이해관계자가 천정부지로 늘어나버렸고, 오세훈 시장은 제 욕심에 임기 이내는커녕 입장 조율에만 수 년에서 십수 년이 소요되는 구렁텅이로 자진해서 들어가 버린 꼴이다.
때문에 드림허브랑 계약 도장찍고 낙장불입으로 밀어붙이기 전에 2008년 금융위기를 얻어맞고 실기하게 되었으니 이때 오세훈 시장은 밀랍으로 빚은 날개가 녹아 떨어진 이카루스가 생각났을 법하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형적인 용산국제업무지구 위주 개발 찬성논리는 다음과 같다. 용산기지창의 입지는 백년대계를 펼칠 만한 최고의 국제적 비즈니스 명당자리인데다 서울 안에 이만큼 큼지막한 빈 땅도 없는데 섣불리 주거지로 개발해서는 안 되며 그건 마치 명동 이니스프리 올리브영 같은 자리에 집짓고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뭐 이런 의견이다. 권영세 의원도 지난주 일요일 시위에서 이와 비슷한 옹호논리를 폈지만 이제 그 논리의 빛이 점점 바라고 있다.
서울은 싱가포르, 홍콩(여긴 앞으로는 잘 모르겠다), 도쿄라는 막대한 경쟁자 때문에 아시아 금융허브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이런저런 금융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해외기업이 홍콩 나스닥 놔두고 굳이 국내에 상장해야 할 이유도 별로 없고, 들어올 만한 해외 상업은행/투자은행은 이미 다 CBD나 여의도에 들어가 있다.
미래 먹거리인 IT기업들은 대부분 판교테크노밸리에 클러스터링을 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판교가 흥한 2010년대 이전에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되었으면 모를까 이제는 IT기업 입장에서 더 비싼 임대료 내고 용산에 머무를 이유가 별로 없다. 기존 3도심 업무지구도 공실률이 5~15%는 나와주고 있기 때문에, 서울 시내에 지점이 필요하면 CBD나 강남에 작게 차리면 된다.
또 코로나19로 언택트와 재택근무가 뉴노멀이 되어 버려 서울 시내의 대형 사업장은 앞으로 비선호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업무지구만 큼지막하게 조성한다고 37만 일자리가 생길 것 같으면 왜 지금 청년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겠는가? 업무지구에 들어올 충분한 법인이 있는지가 선결조건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봤을 때 국내 기업환경이 지금 변변한 땅이 없어서 비효율을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용산기지창 아파트 1만호 반대! 37만 일자리 사수!" 하면서도 내심 바라고 있을만한 것은 학교다.
동부이촌동은 욱여넣은 느낌이기는 해도 초중고가 한 개씩 다 있는데 서부이촌동은 단 하나도 없다. 물론 동부이촌동이 목동이나 대치처럼 학군으로 집값 승부띄우는 지역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지 가까운 곳에 학교가 있는건 무조건 좋은 것이다.
특히 학교는 단지를 새로 개발할 때에나 기회를 잡아서 세울 수 있지 옆집 부수고 세울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용산기지창이 아니면 앞으로도 서부이촌동 근처에 학교가 생길 곳이 없다. 초중고는 누구나 다녀야 하지만, 모두가 좋은 학교 아니면 안 다니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명문 아닐거면 동네 분위기나 해치고 없는 게 나아요'는 정신승리밖에 안된다.
역사에 만약은 의미가 없지만 난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적당히 뻐팅기다가 용산국제업무지구 통개발 딜을 승낙하고 입주했으면 경제적 이득을 훨씬 많이 누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건 이촌1구역 주민들이야 당연하고 한강변의 중산시범, 북한강성원, 이촌대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시간가치 측면에서 이미 너무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했고 불확실성을 지금도 계속 달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서부이촌? 다른 단지 먼저 봐야지" 라고 후순위로 밀려버리게 되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완공되어 입주권 행사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었으면 다들 2018 - 2020 부동산 대상승장 때 크게 한 몫 챙겼을 것이다. 지금 가격보다도 더 높았을 거다. 서울시 앞에서 못해 배째 하다가 진짜로 배가 째지고 근 10년이 지났으니 주민들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리]
서부이촌동에 투자를 들어가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주지해야 한다.
1. 시유지 매입과 같은 특수한 기회비용이 발생함으로 인해 가격평가가 어려운 재건축필요단지(중산시범, 이촌시범)
2. 뒷단지의 일조권과 조망권을 크게 해치는 한강변 아파트(북한강성원, 이촌대림, 이촌현대한강)
3. 절대 철거될 수 없는 한강철교와 지하화가 요원한 경부선, 그로 인한 철길소음 및 동서단절
4. 용산국제업무지구와의 통개발 추진(2007)과 돈좌(2013) 이후 남아있는 앙금, 뒤처리 문제 및 시시때때로 바뀌는 기지창 개발계획
[결론 세줄요약]
1. 서부이촌동은 불확실성이 크고 가격평가가 쉽지 않은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여기저기 있으니 쉽게 매매할 지역은 아니다.
2. 이촌대림과 이촌현대한강은 현 가격이 적정한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입지가 좋다. 단 101동만큼은 피하자 철길소음이 심하다.
3. 이촌1구역, 시범아파트, 철길 아래쪽 동네는 손대지 말자
서부이촌동은 13년 전 용산국제업무지구와의 통개발이 오세훈 시장에 의해 추진됐다가 돈좌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은 이슈가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전망이다.
즉 불확실성이 너무 높은 땅이며 '어쨌든 입지는 좋으니까 지금 사놓으면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라는 한국식 부동산불패적 관점으로 접근하기에 타당한 지역은 아니다. 특히 '동부이촌동이 너무 비싸니까 서부이촌동을 알아볼까?' 라는 사고는 정말로 위험하다고 판단된다. 동부이촌동보다 더 오랜 기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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