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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부린이일기

[부린이일기] 서부이촌동 용산기지창 아파트 임장기(4) : 한강철교, 경부선 그리고 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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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린이일기] 서부이촌동 용산기지창 아파트 임장기(3) : 4드론 이촌1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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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anerattles.tistory.com

 

서부이촌동에서, 다른 건 다 해결돼도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부동산 입지조건상의 장애물 1순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철길을 꼽고 싶다. 서부이촌동의 4분의 3 지점을 완전히 갈라놓고 있는 경부선과 지하철 1호선은 서부이촌을 빠져나가면서 한강철교로 이어진다. 

 

경부선과 1호선 지상구간(적색) / 한강철교(갈색) / 용산삼각선과 경의중앙선(주황색)

용산기지창 부지 쪽에서 서부이촌동 남단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육교 계단을 올라가서 이촌고가차도를 지나야 한다. 동작대로와 4호선이 갈라놓는 동부이촌동-서빙고동이 지하차도를 통해 서로 이어지는 것과의 차이점이다.

 

KTX가 지나갈 때 육교가 엄청 떨린다

대림아파트와 이촌1구역을 둘러보고 이촌고가차도에 딸린 육교를 올라가는데 오밤중에 구구구궁 하는 진동과 함께 굉음이 나서 뭔가 하고 봤더니 경부선 KTX였다. 용산역을 미정차 통과해서 서울역으로 바로 가는지 속도를 늦추지도 않았다. 둔탁하고 육중한 소리가 '이 고가차도는 보행자 친화적 환경이 아닙니다' 라고 인증해 주는 듯했다. 밤이라 그런가 육교의 진동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별로 걷고 싶은 고가다리는 아니다.

 

육교를 지나 내려오는 사이에 이번에는 지하철 1호선이 지나갔다. 지하철도 KTX에 비할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시끄럽다. 직선철로이기 때문에 표정속도가 동부이촌동으로 들어가는 경의중앙선 철길보다 높고, 수원행 동인천행 완행급행 등 열차의 전체적인 배차간격도 경의중앙선보다 짧기 때문에 여기는 철길소음이 동부이촌동보다 더 문제가 된다. 

 

김대건 신부를 기리는 새남터 성당(콘크리트 한옥) 뒤의 이촌대림

육교에서 새남터성당 뒤로 보이는 이촌대림도 기차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다. 특히 101동. 과연 ㅎㄱㄴㄴ에도 비슷한 입주자 리뷰가 많았다.

 

한강철교를 지나는 KTX 유리창 너머로 서부이촌의 중산시범, 북한강성원, 이촌대림이 보인다.

다른 날 KTX를 타고 한강철교를 지나가면서 이번에는 거꾸로 서부이촌동을 찍어봤다. 임장기 2편에서 이야기한 아파트병풍을 확인할 수 있다. 가까이서 볼 땐 몰랐는데 이 정도면 거의 뭐 물도 가두겠다 완전 댐이네 댐

 

한강철교 C선 - D선 / A선 - B선. B선은 곡선구간이 있어서 열차가 서행해야 한다.

위의 사진들을 보면 서부이촌동을 관통하는 열찻길이 상당히 두꺼운 것을 볼 수 있는데 철도가 네 개나 놓여 있어서 그렇다. 한강 하류 → 상류 방향 기준으로 C선(세번째로 건설) - D선(마지막) - A선(첫번째) - B선(두번째) 순서로 놓여 있으며 C, D선은 상시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복선철교, A, B선은 일방통행만 가능한 단선철교이다. 그러니까 레일 개수로만 치면 4+4+2+2 = 12개나 된다.

현재 C선은 경부선으로서 KTX나 새마을 같은 기차들이 이용, D선은 1호선 일반열차가 이용하고 있으며 A선과 B선은 단선철교라서 운행이 잦지 않은 1호선 급행열차들이 이용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이 중 D선을 제외한 A, B, C선은 6.25 전쟁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던 유서 깊은 다리이며 1950년 6월 28일 북괴가 서울에 진입할 것 같자 런승만 정부에서 예고도 없이 폭파시킨 다리가 바로 이 한강철교의 A, B, C선이다. 

 

KTX(C선) 옆 선로(D선)로 지하철 1호선이 지나가고 있다. (한강철교 → 노량진 하행구간)

 

철길과 열차가 서부이촌동에 얼마나 폐를 끼치는지 숫자로 알아보고자 한다. 옆 동네 이촌역은 평일 기준으로 하루에 경의중앙선 상행, 하행열차가 각각 89번 다닌다. 서빙고역은 상행 87번 하행 87번이다.

반면 KTX는 상,하행을 합쳐 하루에 300회가 넘게 운행되고 이촌 방향으로 들어가는 강릉선을 빼고는 대부분 한강철교를 건너며, 무궁화나 새마을도 상행, 하행이 각 30번 이상씩은 지나간다. 또 1호선 전철의 경우 노량진역에서의 상행이 1일 350번 정도, 용산역에서의 하행이 1일 250번 정도이니 하루에 무려 900번은 기차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소리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경의중앙선 열차가 이촌역이나 서빙고역에 정거 시에 발생하는 레일과의 마찰음은 가까이서 듣기에는 소름 끼치는 음색이지만 대신 주파수가 높아 멀리까지 전달되지 않는 반면 KTX가 빠르게 지나갈 때 내는 충격음은 주파수가 낮아서 멀리까지 잘 전달된다.

 

이 말인즉슨 한강철교 가까이에 살면 이촌역이나 서빙고역 근처에 사는 동부이촌 주민들보다 소음을 다섯 배나 더 자주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더 큰 소음을.

음악하는 사람이나 다른 이유로 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실거주가 고민이 많이 될 법하다. 창문 샤시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 교체하라는 이촌대림 입주자들 후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용산삼각선 양옆의 저개발 지역과 철도 건널목

이촌고가차도 밑에서 경부선과 분기되는 용산삼각선은 경원선(경의중앙선쪽 철길)을 만나러 서부이촌동 하단의 북동쪽에서 호를 그리며 휘어지는데 이 용산삼각선 때문에 주변 일대가 저개발 상태에 놓여 있다.

안 그래도 바로 근처에 경의중앙선 때문에 건널목이 하나 있는데 용산삼각선 때문에 이 동네 건널목이 2개나 된다. 여기에 가보면 정말 이촌향도 시작되던 시절에 지어놓은 것 같은 판잣집들이 아직도 있으며, 철도만 지하에 있었어도 현대식 상권으로 재편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곳이다.

 

여기 상권이 현대화되어 있었다면 서부이촌동 하단의 이촌현대한강, 동아그린 주민들 입장에서도 놀고 먹고 마실 곳이 쾌적해져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인데 이쪽 동네 정비도 용산기지창 자체부지 개발만큼이나 시급해 보인다.

 

이촌고가차도에서 용산삼각선 방향으로 내려다본 풍경

 

저개발 상태의 용산삼각선 근처 모습

 

#킹근내짱갈비 #JMT #뒷광고아님 #내돈내산

그래도 이 동네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닭갈비맛집 오근내닭갈비가 이 자리에 있다. 식사시간에 가면 대기번호 받고 줄 서서 먹는 곳이다. 하 또 가고싶네...

 

서부이촌동 주민들 입장에서 이 철길들 싹 다 지하화되면 얼마나 좋게요? 경부선 지하화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득이 실보다 크다는 근거나 논리가 매우 약하다. 특히 서울역이나 용산역 같은 초대형역사를 지하에 쑤셔넣는다? 지반 일대가 그걸 감당할 수 있는지 안전용역 조사하는 데에만 시간이 연 단위로 소요될 것이다. 차라리 교수님이 대학원생 조교 시켜서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게 보다 현실성이 있다. 또 지하화 시 광케이블 통신시설, 상하수도 및 우수관, 전선 등 여러가지 지장물을 피하거나 뭉개야 하고 환승역과 연결선로(ex. 용산삼각선)가 있으면 같이 지하화해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런 대공사는 그냥 열차가 잘 지나다닐 수 있도록 산에 터널 여러 개 뚫는 것과는 비교하기도 어렵고 차라리 4대강 정비사업이 비용이 덜 들어간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역 ~ 군포시 당정역 구간의 경부선 지하화를 단돈 14조 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기본 구상 용역자료가 있다. 그야말로 '기만 공상 용역자료' 수준이며 한눈에 봐도 삽소리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읽고 판단해 보실 수 있도록 용산구청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경부선 지하화 주민설명회 자료 URL을 링크한다.

 

수도 서울의 입체도시화는 50년도 더 전에 김현옥 서울시장이 청계천에 아현에 여기저기에 고가도로를 만들고 다닐 때부터 2020년 지금까지 계속 중요한 과제였지만 경부선 지하화를 통한 입체도시 구현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기 때문에 우리 생애 대에는 앞으로도 이뤄질 전망이 없다. 후손들은 22세기까지 기다려 보자.

 

이촌대림과 이촌1구역 사이에서 바라본 이촌현대한강 및 동아그린. 그 사이에는 '넘사벽'인 경부선 철길이 있다.

더욱이 한강철교는 등록문화재 제250호 근대문화유산으로서 사실상 철거할 수 없다. 멀쩡한 철교를 놔두고 그 바로 밑바닥에 하저터널을 건설하는 삽질을 하지 않는 이상은 경부선 수도권구간이 지하화된다한들 한강철교는 계속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이촌현대한강과 이촌대림은 앞으로도 계속 철길소음에 고통받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

 

이촌현대한강과 이촌동아그린, 그리고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변 / 강서 아파트가 있는 서부이촌동 하단은 자생력 부족과 도보접근성 부족, 학교나 도서관 등의 각종 기반시설 미비, 근처의 쾌적한 상업시설 미존재 등의 문제를 겪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용산기지창과 맞닿은 서부이촌동 북부가 울릉도라면 여기는 아예 독도 수준이라 보면 된다. 심시티 5를 플레이할 때 도로나 철길을 깔다가 자투리 땅이 그 사이에 남게 되면 학교, 도서관 등 시설물 배치나 고밀도건축은 포기하고 그냥 주거용지로 구획설정을 하는데 딱 그 느낌의 땅이었다.

 

올해 5월에 용산기지창 개발계획으로 서부이촌동이 투기의 분위기를 뿜으며 들썩이자 철길 위쪽은 나라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여기저기 설정해 놓은 상황이다. 서부이촌동 하단은 여기서 제외되었다. 투자 관점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것만큼은 이촌1구역 또는 용산삼각선 근처(정비창전면구역)보다 나은 점이 아닌가?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토지거래허가제 대상에서조차 제외된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애초에 2007년부터 용산기지창 개발계획에 포함도 안 된 동네였었고 나라에서도 이 동네에는 돈이 별로 안 흘러들어갈 것 같다고 본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원안대로 개발되면 철길 아래쪽도 배후지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ㅎㄱㄴㄴ'의 댓글 의견들이 있는데, 배후지야 맞다. 다만 철길이 장판파의 장비처럼 가로막고 있는 이상 기지창 부지 북쪽의 원효로1동, 2동보다도 덜 배후지일 뿐이다.

 

 

아 이거 왜 점점 혓바닥이 길어? 단점 얘기할라니까 후달리나

용산기지창 관련 내용 및 서부이촌동 최종 정리는 마지막 5편에 계속...

 

하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내가 서부이촌 5편에서 안 끝내면 양치기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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