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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부린이일기

[부린이일기] 원효로4가 재건축 아파트 임장기(1) : 풍전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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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이촌동만큼이나 세월 속에 방치되고 있는 곳이 용산에 또 있었는데 바로 원효동이다.

강남은 온갖 개발호재가 빵빵 터지는데 입지상 꿀릴 게 없는 용산은 왜 이렇게 여기저기가 내놓은 자식마냥 방치되어 있는 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원래는 한강변 산호아파트를 품고 있는 원효로4가에 직접 가서 이촌동과 느낌을 비교해 보기 위한 목적으로 임장을 나섰는데 다른 오래된 아파트들도 눈에 들어왔던 탐방이었다.

 

 

51년차 원효아파트와 그 주변의 낙후된 상권

 

용산기지창 부지 근처의 ibis 호텔 조명을 감상하면서 원효로를 따라 쭉 걷다 보니 익숙한 굴림체st 이름표를 외벽에 달고 있는 원효아파트가 나타났다. 외벽이 너무 약해서 에어컨 실외기도 달 수 없다는 엄청난 곳이다. 그럼에도 아파트세대 대지지분이 적고 상가들이 밑에 있어서 재건축이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주변 일대와 함께 재개발될 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주변 상권도 슬럼화되어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반반이어서 2030 젊은 층들이 외지에서 놀고 마시고 먹으러 올 이유가 없어 보였다. 경의중앙선 숲길을 끼고 있는 근처 마포구의 동네들이 그런 수요는 다 빨아들이고 있다. 그냥 근처 회사원이나 동네 주민이 노가리 씹으면서 맥주 한 잔 할만한 느낌의 점포들이 몇 군데 흩어져 있을 뿐이다.

 

 

원효로4가 풍전아파트

 

원효로를 따라 원효대교 방향으로 쭉 가다 보면 50년차 원효로4가 풍전아파트가 나온다. 

풍전아파트는 가,나,다,라 4개 동이 있고 6층에 총 138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주차할 곳이 부족해서 주변 상가 갓길까지 빼곡히 들어찬 차량들을 볼 수 있다.

 

이름이 풍전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여기는 정보가 안 나오고 서대문구의 충정아파트(대한민국 최초로 건립된 아파트)는 일본인 도요타(豊田)씨가 설계해서 '풍전아파트'로 불리기도 했다는 정보만 뜬다. 아마 원효로4가 풍전아파트도 일본과 무슨 연관은 있나 보다.

 

풍전아파트 위치(청색), 원효대교와 마포대교 나가는 방향(자색), 낙후된 원효로1,2,3가 방향(적색)

풍전아파트의 경우 용산기지창 부지가 측면을 가로막고 있고 대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원효로1,2,3,4가가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보행자 기준으로는 쾌적함과 도보접근성이 뒤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다만 바로 앞에 원효대교를 끼고 있고, 강변북로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마포대교를 거쳐서도 여의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차량접근성은 나쁘지 않으며, 용산생활권보다는 여의도생활권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향후 용산기지창이 개발되고 원효로1,2,3,4가가 재정비되면 도보생활자들을 위한 대중교통(버스)도 확충될 것인데다 용산+여의도 더블 생활권의 입지에 놓이기 때문에 지도 좌표상으로는 그 가치가 높아야 마땅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풍전아파트 라동 (원효로 대로변) 전경

이곳도 철근콘크리트 수명이 다 되어가는 곳이라 나름 재건축조합을 갖추고 단독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2개 동 최고 29층 209세대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것이 그 계획이라고 한다.

 

가,나동 / 다,라동으로 끊어져 있는 풍전아파트의 묘한 단지 모양

풍전아파트가 괜찮은 입지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단지 면적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대지면적이 6,000㎡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자투리 땅에 지어져서인지 단지 모양도 이상하고 심지어 단지가 도로에 의해서 둘로 분절되어 있다. 이런 단지는 커다란 특혜를 받지 않는 한은 단독재건축사업성이 없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건설사들도 별로 관심이 없다. 이 풍전께서 재건축을 하시겠다는데 현장설명회도 안 와버린다. 링크의 기사를 요약하면 재건축 시공자를 선정하는데 1개 업체만 입찰해서 2번이나 유찰되고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되었다는 내용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먹을 게 별로 없는 탓이다.

 

그래도 소규모재건축에 대해서는 용적률 특혜도 주고 절차도 간소화해 주는 등 여러모로 나라에서 밀어주고 있어서 일단 한번 시공사가 선정되면 재건축은 금방 진척될 것이다. 그래서 얼마만큼의 평가이익을 뽑아낼 수 있느냐는 그 다음 문제라고 친다면. 눈높이를 너무 높여 잡지 않는 것이 성공적인 소규모재건축으로의 첩경이다.

 

원효로4가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부지 (대지면적 약 31,000㎡)

풍전아파트 입장에서 또 이득될 만한 호재가 하나 더 있었다. 지금은 일부 건물을 제외하면 빈 땅으로 놀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원효로사옥 부지에 현대차그룹에서 업무시설과 호텔을 포함한 48층짜리 복합단지 랜드마크를 건설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서 풍전아파트 부지의 5배 면적인 31,000㎡을 서울시에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해주기를 요청했었고, 현재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용도지역을 2단계 올려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이게 실현되면 썰렁한 원효로4가가 북적거리며 돈이 유입될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거 용산기지창이 지금은 뜨거운 감자니까 용산개발 마스터플랜 나오고 나면 가부 결정합시다'라고 미뤄오기로 한 입장이라서, 10년은 더 기다려봐야 할 호재라고 할 수 있다.

 

일조권 침해에 항의하는 풍전아파트

풍전아파트에는 일조권 침해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길다랗게 늘어져 있었다. '풍전주민의 일조권과 생활권을 침해말라!' 라고 적혀 있다.

코앞의 현대차 부지 개발의 꿀은 누리면서도 그로 인한 일조권 침해는 보상받아야겠다는 심산인데, 만약 일조권 침해가 문제가 되어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하더라도 적당히 강짜 부려야지 안 그러면 진짜로 서부이촌동처럼 코앞의 땅이 그냥 유휴지로 방치되는 수가 있다. 용산기지창이 개발되고 나서도.

 

현대차그룹에게는 기본적으로 2조 5천억 원짜리 GBC가 메인이고(한전 부지 구매비용 10조 원 제외) 원효로4가 자리는 사이드메뉴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당장 그룹 통합 사옥인 GBC에 돈 들어갈 일이 많았는데 부대비용이 예상보다 더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원효로 사옥 부지 개발은 후순위라고 봐야 한다. 안 그래도 서울시가 용산기지창 개발방향 정리되면 결정하자고 기약 없이 미뤄놓은 마당에 풍전아파트 주민들과의 마찰까지 심해진다면 그룹 내에서도 '그거 그냥 천천히 합시다' 하고 연기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풍전아파트는 지도상의 입지는 좋은 편이지만 단지가 너무 작고 주변 호재가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되는 것들이라, 보유자는 홀딩 매수는 자제 이 정도 위치에 있다고 본다.

 

풍전아파트는 사이드고, 메인인 산호아파트는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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