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린이일기] 삼각지 역세권 청년주택 임장기 : '닭장기'
자주 가는 삼각지역 합주실 건너편에 몇달 전부터 높다란 건물이 올라가고 있어서
뭔지 알아봤더니 역세권 청년주택이라고 한다.
투자물건이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중요한 위치에 올라가고 있는 건물이라 판단하고 직접 가보기로 했다.
높기는 엄청 높아서 옆의 용산파크자이랑 별 차이가 안 난다.
아마도 용산파크자이 주민들이 용산역 방향 조망이 망가지는 탓에 속을 많이 썩였을 듯하다.
지도상 위치는 삼각지에서 공덕으로 넘어가는 고가도로와 1호선 철길 사이로,
지도로만 언뜻 보면 바로 앞에 초등학교도 있고 역도 가깝고
나중에 미군기지가 용산공원으로 바뀌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입지인데,
직접 가보니 뒤편의 1호선/KTX 철길과 공덕 넘어가는 고가도로가 진짜 에러였다.
고가도로 차량 소음도 생각보다 심하고, 철길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초등학교 옆 길가에 약간의 상권이 있는 건 장점이다.
가까이 가보니 더 큰 문제가 있다. 층고가 높은건 좋지만 딱 봐도 평형이 너무 좁아보인다.
유리창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오피스텔을 지어놨다고 봐야 맞을 것 같다.
1인당 10평 이상은 나와줘야 청년에 대한 주거복지 명분이 생길 것 같은데 그만큼 안 나올 것 같아서 찾아봤다.
내 생각엔 아무래도 서울시랑 SH가 정신을 놓은 것 같다. 평수도 좁은데 가격경쟁력도 구리다.
19제곱미터에 보증금 4000/38 수준이면 천 세대짜리 닭장에서 부대끼느니
비슷한 직주근접성 가진 오피스텔이나 원룸 가고 말지 여기 들어갈 이유가 없다.
고층으로 뽑아놔서 뷰는 좋겠다만 조망은 청년임대주택을 짓거나 입주할 때 고려할 큰 요소는 아니다.
덤으로 고가도로 반대편으로 철길을 따라 가보면 대략 이런 으시시한 풍경들이 나온다.
자투리 똥땅에 쓰레기장 및 고철수집상이 어지럽게 배치되어 있다.
사실 철길이 많은 용산구가 겪는 큰 문제점 중의 하나인데, 이런 건 철길 지하화를 하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는다.
임대고 분양이고를 떠나서 시장에서 원하는 물건은 '서울 시내의 25평 이상 아파트' 이지 이런 닭장이 아니다.
지금도 오피스텔은 공실이 많고 원룸도 구하려면 구할 수 있는데
서울 각지에 닭장을 대량으로 때려박는 것은 땅 낭비밖에는 안된다고 본다.
결국 역세권 청년주택의 승부는 오피스텔/원룸의 시장가격보다 더 싼 임대료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그것도 안한대잖아. 게다가 고가도로, 철길, 주변의 미개발된 환경까지 있으니 필경 외면을 받을 것이다.
가격 떨어뜨리기 전에는 입주자를 반도 채우기 어려울 것 같다.
1층에 편의점이 자리한다면 그 편의점만큼은 꽤 장사가 잘 될 수도 있겠다.
용산초를 둘러싼 음식점들이야 수요증가 측면에서 기존보다 밑질 게 없으니 기분이 좋을테고...
끝으로 삼각지 역세권 청년주택의 향방보다도 더욱 주목되는 것은 삼각지 용산파크자이(310세대)의 주거환경으로,
아무리 용산공원 개발의 호재가 있다지만 1,000세대에 달하는 임대닭장이 바로 길건너에 위치하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현 정부시책에 따라 북쪽 캠프킴 부지에 공공임대 중심의 고밀도 오피스텔형 닭장이
추가공급될 수도 있게 생겼다.
파크자이 주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파크자이의 매물 및 가격동향을 당분간 주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