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린이일기] 후암동 지구단위계획구역 임장기(1) : 아스테리움과 후리단길
세상에 회사 일이 너무너무 바빠서 꾸준한 연재가 생명인 부린이일기를 제때제때 못 쓰고 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는데 직장생활 해봐야 얼마나 번다고.. 회사가 나 상대로 착취 도벽 동시에 들어보리깈ㅋㅋ 실화?
핑계가 길었네요. 앞으로 최대한 양질의 글을 시간과 정성을 들여 뽑아내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아무튼 요번에는 용산구의 핫플, 그리고 우리 집이 있는 곳, 후암동을 뛰어다녀 보았다.
후암동은 '지리 1타강사 문쌤' 으로 유명한 유튜버 빠더너스의 본거지이기도 하며, 노홍철이 빵집을 차린 동네이기도 하다. 한국은행 기숙사도 있는가 하면 신흥종교 바하이의 한국본부도 있고, 예쁜 카페와 맛집이 곳곳에 퍼져 있어 데이트하기에도 좋다.
후암동은 후암동길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뉘게 된다. 이 중 서쪽 절반은 재건축정비를 위한 후암특별계획구역이었으며,
1. 후암동 (특계2)
2. 동자동 (특계1)
3. 갈월동 (특계3)
으로 나뉘어 있었다. 후암동은 용산미군기지(Main Post)와는 두텁바위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맞대고 있으며 인근에 해방촌이 있다.
위 그림의 동자동 특계1에서 쥐 파먹은듯이 쏙 들어간 곳은 현재 브라운스톤 아파트로, 94년까지 서울지방병무청이 있던 자리이며 이미 개발이 완료된 부지이기 때문에 특계구역에서 빠진 것이다.
계획상 최고층수가 18층에 평균 12층이고, 최고층수가 5층이나 7층으로 제한된다니 쫌 애매한데? 싶을 수 있는데, 이정도면 사실 고마운 줄 알아야 하는 개발계획이라 할 수 있었다.
왜냐면 바로 옆의 동후암동 쪽은 남산 옆에 착 붙어있다는 죄로 고도제한이 훨씬 더 빡세게 걸려 있기 때문에 용도지구가 해제 또는 완화되지 않는 한 종상향은 앞으로도 엄두조차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후암동길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양측 운명이 엇갈렸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계획은 계획으로 끝나고 말았는데, 정비사업추진이 되지 않고 5년이 지나서 올해 5월에 특계구역이 해제되고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되돌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새로운 개발계획을 뽑기 위해 재정비용역이 다시 돌고 있다.
새로운 개발계획이 아직 공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은 기존 특계구역상 붙여진 구역명에 따라서 서술하겠다.
1. 용산 아스테리움
후암동(특계2)과 동자동(특계1) 가운데에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후암시장이 있다.
뒤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은 용산아스테리움으로 아파트 세대와 일부 오피스텔로 구성된 커튼월 빌딩이다. 아파트 세대는 A, B, C 3개 동, 48~56평형이 메인이고 최대 92평(ㄷㄷ)짜리도 있는데에 반해 오피스텔은 A동의 반절 정도만 차지하며 14평짜리가 메인이다.
2018년에 매물 알아보러 갔었는데 그때도 내 처지에 비해 비싸서 못 샀던 곳이다. 그리고 금번 부동산 대상승장에 제대로 올라갔다.
조금만 더 자기자본이 있었더라면 매수할 수 있었을텐데...아쉽다.
여담이지만 저 사진상 도로 오른쪽 변의 전기치킨구이 파는 트럭아저씨가 '이태원 치킨맨'인데 치킨은 모르겠고 삼겹살바베큐 맛이 레전드다 ㅇㅇ
두 명이 먹으면 많고 세 명이 먹으면 살짝 모자랄 양을 단돈 10,000원에 팔고 있으니 지나가는 길에 보이면 사먹어보자.
舊 후암 특계2에서 바라본 아스테리움이다.
아스테리움은 한강로변이고 4호선 서울역 바로 옆이기 때문에 저 정도 높이를 부여받을 수 있었지만 후암 특계2는 설령 빨간벽돌집을 부수고 재건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저렇게 높게 올라갈 수는 없었다. 아마 재정비용역결과가 새롭게 나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내가 돈이 많은데 지금 후암동이나 동자동에 집을 사고 싶다 한다면 계획도 이미 한번 엎어졌고 앞날이 불확실한 舊 후암 특계2에 투자하기보다는 그냥 아스테리움 중층 이상을 사는게 낫다. 저 정도 높이는 주변에 또 안 나온다.
지적편집도를 보자.
후암동 인근에서 아스테리움만이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지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남산고도제한에 안 걸리는 후암특계, 동자특계 일대의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한다 하더라도 아스테리움같이 높은 층고는 뽑아낼 수도 없다.
이 아스테리움은 건물도 예쁘고(?) 조망도 좋고 피트니스 센터도 갖추고 있는데다 직주근접성은 대만족, 교통도 중/단거리 및 장거리 모두 원활하고, 카페, 편의점 등의 제반 시설이 코앞에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실거주하기에 아주 좋다.
다만 주변에 주거하기에 불쾌한 요소가 약간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동자 특계1 방향에 위치하는 새꿈어린이공원과 그 주변의 골목길들이다.
새꿈어린이공원은 노숙자들의 탑골공원 같은 곳으로, 여럿이 모여 하루가 멀다하고 술병이 뒹굴고 고성이 오간다.
공원 근처의 낙후된 골목길은 일명 '거지골목'이라고 불리며 서울역 근처 직장인들의 밥집과 카페, 여인숙, 장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가끔 자정이 넘어서 거지골목을 지나가면 영업하러 나온 할머님들로부터 "총각 놀다가"를 들을 수 있다... 우웩;;;
이 새롭지도 않고 꿈도 없고 어린이도 안 보이는 공원 근처 전봇대 밑에는 늘 악취나는 쓰레기침출수와 노숙자들이 먹다 버린 막걸리가 뒤섞여 있으며 비라도 와서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 거의 저그의 산란못을 연상케 할 정도이다.
한강대로 쪽으로도 물론 아스테리움에 드나들 수 있으며 특히 차량으로 드나들면 노숙자들과 마주칠 일은 없지만, 거주자 입장에서 우리 집의 한쪽 방향이 이모양이라는 것은 참 딱한 일이다.
때문에 아스테리움 집주인들은 제발 동자 특계1만이라도 어떻게 좀 재건축 빨리 되면 안될까 하고 속으로 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구 후암특계구역의 재건축, 서울역 북부역세권개발사업, 서울역 건너편 서계동 일대 재개발 등 호재가 많고, 급전이 필요하거나 상급지로 이동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앞으로도 매도할 이유가 없는 좋은 물건이 바로 아스테리움이다. 초역세권+남산 전망이라는 희소한 입지조건 덕분에 화폐유동성 공급이 계속되어버리면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다만 날이 갈수록 대출 및 조세 측면에서 규제와 견제가 빡빡해지는 지금, 실거주가 아닌 투자의 목적으로 아스테리움을 신규 매수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신용대출, 회사대출이나 엄빠 차용증찬스 안 쓰고 15억 이상 LTV 0% 조건에서 대출금 1도 없이 매수할 수 있는 자본력이라면 서울 내 대단지아파트를 찾아나서는 것이 맞으니까...
2. 짭리단길의 가능성
아스테리움을 제외한 후암동 일대는 기본적으로 재개발 재건축을 바라보고 투자할 법한 서울의 핵심지이지만 사실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전에 거쳐갈 경로로서 해방촌 일대처럼 먹고 마시고 노는 'X리단길'의 발자취를 후암동이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래는 오래된 점포 자리를 갈아치우고 들어선 멋스러운(?) 가게들이다.
단, 손바꿈이 벌어질 가게들은 아직 많이 남았다. 이와 같은 가게들 근처에 공존하는 다음의 가게를 보라..
후암 특계구역의 근생 상업시설들은 과거 경리단길..까지는 되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해방촌처럼은 되어갈 것이다.
지금은 데이트할만한 술집, 식당이 여기저기 퍼져 있지만 점포들 손바뀜이 꾸준히 일어나면서 힙한 바, 펍, 레스토랑이 밀도를 높여 쭈르륵 들어찰 것이라고 본다.
특히 용산기지 Main Post가 공원화되면서 근처 도보이동 유동인구가 크게 증가하면 상권이 발달해 매가를 밀어올릴 것이고, 그러면 재건축 사업성에도 도움이 된다. ('응~ 선반영' 이라고는 해도 재건축이라는 게 확실한 사업성의 근거 위에서 추진되어야 동의도 받고 인가도 획득하기에...)
결론!
서울 내 재건축과 재개발이라면 학을 떼버리는 현 정부 아래에서 후암특계를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후암동은 깔끔한 신축이나 중층 주거단지로 변모하기 이전에 샤로수길이나 경리단길처럼 힙한 가게들에 힘입어 데이트명소로 먼저 거듭날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구독, 댓글, 하트는 재미있고 자세한 글을 쓰기 위한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